이재명 대통령이 10일 페이스북에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정부의 문을 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민으로부터 고위급 인사 추천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천 대상은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등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주요 공직 후보자다.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민추천제 홈페이지에 추천 글을 남기거나, 이 대통령의 공식 SNS 계정 혹은 전자우편 등을 활용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추천 접수는 이날부터 일주일간 진행된다. 접수된 인사 추천안은 데이터베이스화를 거친 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 검증 및 공개검증 절차를 밟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적임자로 결정되면 정식 임명 절차로 넘어간다. 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제는 국민이 국가 운영의 주체가 돼 주도권을 행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각계각층에서 묵묵히 헌신해온 숨은 인재, 국민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된 인물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공직자 추천제는 숨어있는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중임(重任)을 맡겨, 국정의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두가지의 문제가 있다. 첫째는 일종의 직접민주주의에 내포된 함정이다. 장·차관이나 수많은 공공기관장을 국민이 직접 뽑는 것은 이념에 치우친 사회·시민단체들 혹은 특정인의 팬덤층이 집단이기주의를 기반으로 유능한 인물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특정 인물을 장(長)으로 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국정 운영을 맡는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의 수장은 특정 단체의 포로가 될 수 밖에 없다. 혹여 미리 인사를 내정한 후 국민들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는 '무늬만 추천' 의혹도 나올 수 있다. 선의의 제도가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서구 민주주의 역사에서 직접민주주의가 대의제의 간접민주주의로 발전한 것은 이같은 포퓰리즘 우려 때문이다.
또하나는 보여주기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차관이나 공기업의 수장은 한 부처나 공기업을 이끄는 중요한 직책을 담당한다. 이런 자리를 업무 수행력과 조직장악력을 검증받은 인사 대신 국민 추천을 통해 임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렇게 임명된 사람이 해당 부처와 공기업 조직을 잘 장악해 국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의 이름은 '국민주권정부'다. 국민주권주의는 국가의 정치 형태와 구조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 왕이나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있다는 원리이지 모든 국정 사안을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장·차관 후보 국민추천제는 좋은 취지이지만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입헌주의가 파괴된 역사적 경험과 사례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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