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李 대통령 부산行 속도전에 논란 확산

세종시·인천시 등은 '홀대론' 앞세워 반대

과거 이전 추진 법무부·여가부는 어디로

행정수도 완성-균형 발전 솔로몬 지혜는


이재명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속도전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산 여론은 환영이라지만 세종시가 위치한 충청 지역과 또 다른 항만 도시인 인천이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해당 부처인 해수부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추진단을 구성키로 하는 등 이전 절차에 들어갔다. 해수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로드맵을 수립해 10일 첫 발을 뗀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빠르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인 6일에는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담당할 해양수산비서관을 부활시켰다.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지만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용이라는 일각의 눈총은 부담이겠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추진하며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내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여기에 후보 시절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는 게 불가한 대신 해수부와 HMM의 부산 이전을 약속하자 '행정수도 완성'과 '해수부 빼내기'가 배치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역대 더불어민주당 계열 대선 후보 가운데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한 첫번째 후보였다.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해수부 이전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 이어 두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유력 대선 후보 중 해수부 부산 이전을 처음 공약한 인물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였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약속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 패배하면서 실현하지 못했다.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명박 정부 때 해체된 해수부를 부활시켜 부산에 두겠다고 했으나 이듬해 세종시로 갔다.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포석이었다. 국토균형 발전을 외쳐온 민주당 계열 후보 대신 보수계열 후보들이 해수부 이전에 적극적이었던 건 역설이다.

이 대통령이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당선 이틀 만에 충분한 후속 검토 없이 내려진 해수부 조속 이전 지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처 하나를 부산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 단순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따른 종합적이며 다각도의 사전 검토와 조치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선거 때 강조한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라는 국가적 목표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 효율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국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부산과 더불어 양대 항만도시인 인천에서는 '홀대론'이 터져나왔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수부 이전은 부산항의 위상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손쉬운 발상으로 접근한 단순 지역 분산정책에 불과하다"며 "이런 식의 논리라면 수도권을 대표하는 인천항과 동남권을 대표하는 광양항은 홀대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썼다. 그는 '분권'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각 지역의 해양수산청과 항만공사를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분권형 글로벌 항만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두 지역의 반발 기류가 예사롭지 않은 만큼 해수부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세종시와 인천시 설득이 관건이다. 특히 인구가 주춤한 상황인데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55.6%로 밀어준 세종시 지역사회의 반발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양상이다. 주거 이전과 자녀 교육 문제 등을 걱정하는 해수부 직원들도 불만이다. 최근 해수부 공무원 노동조합이 직원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본부 직원(계약직·공무직 포함) 86.1%가 옮기는데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실적인 난관은 없을까. 해수부는 부처를 옮기는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 개정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행복도시법에는 외교부와 통일부·법무부·국방부·여성가족부를 서울에서 이전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지만 해수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없다. 다만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해수부가 다른 부처와 업무를 주고 받게 되면 법 개정이 수반될 수 있다. 최대 수백억원이 소요될 부처 이전에 따른 예산 확보도 숙제다.

해수부 이전과 함께 이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인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22년 김영배 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행복도시법 개정안이 그중 하나다. 법무부의 경우 범죄예방·인권향상 등 관련 다른 부처 등과 긴밀한 협조를 위해 세종행(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물론 외교·안보 같은 국가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외교부·통일부·국방부는 이전 대상 기관에서 제외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7년 이 법 조항의 개정에 따라 세종시에 둥지를 틀게 된다.

현재 19개 중앙부처 중 14개가 세종시에, 4개가 서울에, 1개가 경기 과천에 있다. 중앙 행정부의 업무는 정책과 예산의 계획과 협의, 조정, 결정 등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과 국회, 행정부처가 가까이 있는 게 이상적이다. 헌법이 개정돼 국회와 대통령실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현재 서울과 과천의 5개 기관도 모두 세종시로 옮긴다. 이 대통령이 행정수도 완성과 균형 발전 사이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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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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