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선언하자 금융권도 AI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비용 절감, 업무 효율화, 고객 경험 향상을 이뤄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에 5대금융(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AI부서 신설 및 조직개편을 통해 AI 기반 금융비서, 자산관리, 연구소 설립 등 각 지주에 맞는 사업 진행으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AI를 외부에서 구입하려는 인식에서 벗어나 실전 인재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채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9개 계열사를 연계한 생성형AI 플랫폼 'KB GenAI 포털'을 공개했다. 삼성SDS가 개발한 기업용 플랫폼 '패브릭스'를 활용한 플랫폼이다. 삼성SDS는 지난달 행정안전부의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 기반 구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KB금융은 GenAI 포털을 통해 생성형 AI관련 최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활용 지식을 공동자산화할 계획이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KB앱과 연동돼 음성 AI로 계좌 조회, 송금 등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AI 은행원. [신한은행 제공]
신한금융도 AI사업에 적극적이다. AI 윤리원칙을 수립해 지난해 말 은행·카드·증권사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 신한라이프에 AI 거버넌스 체계를 확대했다. 문서 이미지 인식을 위한 AI 비전·OCR(광학문자인식) 플랫폼을 구축해 문서의 자동 판독 및 처리 속도를 강화했다. OCR 외에도 AI 기반 자동화(RPA), 챗봇을 포함한 영업점 문서 자동 입력 및 상담 자동화 등 업무자동화 도구를 실행 중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AI만으로 운영되는 무인점포인 'AI 브랜치'를 개소했다. 고객은 영업점에 설치된 디지털 데스크를 통해 계좌 개설부터 각종 증명서 발급까지 64개 창구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전국 영업점에 배치된 AI 디지털 데스크는 이미 150여대에 이른다.
하나금융은 AI 싱크탱크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필두로 자체 AI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융합기술원은 하나금융 IT 전문기업인 하나금융티아이 사내 독립 기업(CIC)으로 지난 2018년 설립된 이래 예측형 AI 연구 및 적용을 지속적으로 수행 중이다.
거래 이력 기반 포트폴리오 추천 모델인 '아이웰스'와 은퇴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AI 연금투자 솔루션' 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 기반 상담 지원 시스템 'HAI 상담지원봇'을 개편했다. AI윤리기준을 공개하는 등 금융권 최초로 내부 규범을 명문화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생성형 AI기반으로 예·적금 상담 서비스 'AI뱅커'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달부터는 대출 상담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운영GPT로 직원들의 리스크통제자가진단(RCSA), 주요리스크지표, 손실사건, 전산등록 방법 등도 신속하게 안내받고 있다.
대표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이달 초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를 출시했다.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투자진단'과 '시장진단' 기능도 함께 제공돼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 더욱 정교한 자산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테스트와 출시 준비를 위한 플랫폼도 구축 중이다. STO(토큰 증권) 등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은행에서 업계 최초로 AI를 활용한 '대화형 어시스턴트'를 영업점에 도입했다. 작년에는 전국 1103개 영업점에 AI 은행원을 도입했다. 초개인화 상품 설명, 고객 안내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대면 수준으로 응대가 가능하다. LG CNS와 협력해 생성형 AI 플랫폼 '온프레미스'도 구축했다. '엑사원 3.5' 기반의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내부 문서관리 및 마케팅 자료 작성을 지원하고 있다.
농협은 반려동물 헬스케어 신사업도 진행 중이다. 'AI포펫' 플랫폼 협업으로 NH올원뱅크 내 반려동물 건강체크·원격진료 등 서비스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 AI를 기반으로 한 금융권의 시스템 및 디지털 금융은 이제 실험단계에서 '실전 도입'에 접어들었다"며 "생성형 AI까지 접목시켜 기술력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 시장의 AI 도입 속도가 향후 더 빨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