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 사전인가제 등 안전장치도 마련 반대하던 한은 입장 변화 관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여당과 청와대가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에 가격을 고정한 코인)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은행권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통화정책 유효성'을 이유로 비은행권 허용을 반대하던 한국은행의 입장 변화에 관심이 모인다.
1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설해 관련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정책을 조율하도록 하고 디지털자산 발행을 법률로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통과되면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해진다.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자산연동형 디지털 자산에 대한 사전인가제 도입과 자기자본 요건 설정 등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3300조원 규모로 5년새 3배 증가한 상황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업권법' 마련에 나선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변방의 실험적 수단이 아니다"라며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를 넘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금융 주권을 지키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의 대부분을 선점한 상황에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발행량과 동일한 규모의 통화나 채권 등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다만 코인런 우려 등으로 발행 주체의 신뢰도가 중요한 만큼 누가, 어느정도까지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기초적인 발판이 마련되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금융거래법과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등 관련 법령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지만 첫발을 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블록체인 전문가인 김용범 전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가 임명되면서 관련 정책 실행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화폐의 대체재로 평가하며 비은행 기관의 발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우려를 내왔던 만큼 한국은행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이라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투자자 보호와 산업 성장을 사이에 둔 논란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용만 된다면 곧바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곳은 있겠지만, 해당 기업들의 자본력이나 기술력을 어떻게 검증할 지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