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했다. 시 주석이 이 대통령의 초청에 화답한다면 11년 만에 방한이 성사되는 것이다. 한동안 냉랭했던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이 10일 시 주석과 취임 후 첫 정상 통화를 가지면서 실용 외교 기반의 한중 관계 정상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핵심 외교 정책 중 하나로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되 국익에 부합한다면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번에 방한하면 11년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11월과 2015년 9월, 2016년 9월 등 세 차례,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2월과 2019년 12월 등 두 차례 각각 중국을 찾았지만 시 주석의 답방은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 주석이 APEC에 참석하게 되면 11년 만의 한국 방문이 된다"며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APEC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은 관례다. 이를 고려하면 시 주석은 방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월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관련 부처와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양 정상의 통화를 계기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 등 민감한 현안들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30분 동안 통화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20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는 25분 통화한 바 있다. 전화 순서는 세 번째이나 시간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길었던 셈이다.
시 주석은 이날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며 "한국의 새로운 정부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호혜평등의 정신하에 경제, 안보, 문화, 인적 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통화를 마친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며 "금년과 내년 APEC 의장국인 양국이 APEC을 계기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양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