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을 책임질 국내 딥테크 시장에서 바이오테크 분야가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양자기술과 차세대 원자력 등 기초과학 기반 분야는 민간 창업과 투자가 미미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레달은 국내 딥테크 생태계의 현황을 심층 분석하고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한국 딥테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바이오테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양자기술 등 10대 핵심 분야에 속한 432개 스타트업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창업자·투자자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생태계 전반의 현주소와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딥테크 산업은 세계적인 기초과학 역량과 우수한 기술 인재를 바탕으로 초기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내수 중심의 스타트업 문화, 제한적인 투자 회수(엑시트) 방안, 기초과학 연구의 낮은 상용화율, 해외 자본 유입 부족 등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딥테크 생태계를 바이오테크, AI·빅데이터, 친환경기술, 클라우드·네트워크, 로보틱스, 시스템 반도체, 항공우주, 모빌리티, 양자기술, 차세대 원자력 등 10개 기술 분야로 구분했으며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이 215곳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 양자기술 분야 스타트업은 4곳에 불과했으며, 차세대 원자력 분야에서는 민간 스타트업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테라파워, 헬리온 에너지, 오클로 등 민간 투자가 활발한 해외 사례와 대조를 이룬다. 보고서는 정부 주도의 기초연구를 넘어, 기술이 민간 영역으로 이전되어 제품화와 수익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한결 레달 리드는 "AI, 시스템 반도체, 양자기술 등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라며 "한국이 진정한 딥테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 중심 스타트업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 딥테크 생태계의 지속 성장을 위해 글로벌 자본과 인재를 유입할 수 있는 개방형 정책으로의 전환, 민간 창업 중심의 기술사업화 체계 확립·규제 혁신, 해외 인수합병(M&A)·글로벌 기업공개(IPO) 등의 엑시트 전략 확대를 제시했다.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실증이 용이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또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기업공개(IPO)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급락하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한 사례가 빈번했는데, 이는 상장 당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고 수익 기반이 미흡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분야별 외국인 투자 비중 분석 결과에서는 AI·빅데이터 분야는 약 60%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반면, 로보틱스 분야는 24%에 그쳤다.

퍼 스테니우스 레달 대표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와 인재를 갖춰 딥테크 기반 글로벌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정부와 스타트업, 투자자 간 신뢰와 협업을 바탕으로 민간 주도 생태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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