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상공인들은 역대급 위기를 겪고 있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소상공인·민생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두고 국정에 매진해 주기를 바란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취임하자 소상공인들이 일제히 살려달라고 부르짖었다. 자영업자와 기업인, 서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새 대통령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맞닥뜨린 작금의 경제는 여기저기 빨간불이 켜져 있다.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기관들이 잇따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끌어내렸다. 피부로만 느꼈던 체감 경제의 어려움이 0%대 저성장이란 지표로 가시화됐다.
0%대를 밑도는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사실상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1960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이 1.0% 아래를 기록한 적은 1998년 외환위기(-4.9%)와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등 4차례 뿐이었다.
0%대 저성장의 그늘 뒤에는 소비와 투자, 내수 부진에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따른 수출 둔화의 깊은 골이 있다. 게다가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늙어가고 있다. 2019년 정점(3763만명)을 찍은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빠르게 감소하면서 생산의 주체인 노동력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마른 장작이 타려면 기름을 부어야 하듯 내수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는 당장 돈을 쏟아 붓는 재정 확대 정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재정밖에 기댈 곳이 없고, 지금은 좌고우면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제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이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이 경제 살리기였던만큼 새 정부는 경기 부양용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곧바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앞서 한 달 전 국회를 통과한 13조8000억원 규모의 '필수 추경'이 언발에 오줌누기 식이었다면 이번 민생 추경은 내수 진작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이 대통령은 최소 30조원 규모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장기화된 내수 부진에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들의 회생을 담보하고, 미국발 관세 부과에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수출 기업을 지원하려면 30조원 이상의 추경도 감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빚더미에 눌려 문을 닫게 된 소상공인들의 회생안이 시급하다. 코로나19 때 국가가 부담을 지기보다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빚만 늘렸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새 정부가 적극 재정을 투입해 이들의 채무조정과 빚 탕감을 도와 다시 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들의 노동력을 생산에 활용하면 국가 경제에도 이익이다.
이와 함께 저금리 대환대출 등으로 소상공인 이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저신용 소상공인과 창업자를 지원하는 정책금융 전문기관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골목 상권 회복을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도 눈여겨볼 만 하다.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와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대폭 늘려 지역 경제와 내수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가 국고 지원을 공약한만큼 지역화폐 사업은 2차 추경의 핵심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곳간에서 퍼낼 쌀(재정)이 부족하다는 점은 새 정부가 짊어지고 가야 할 과제다. 2년째 역대급 세수 펑크와 함께 올해도 1000조원 가까운 적자성 채무로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지만 이렇다 할 재원 마련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재량 지출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당분간 경기 부양을 위해 쓸 돈이 많은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대통령은 대선 승리 확정 연설에서 "여러분의 고통스러운 삶을 가장 이른 시간 내에 가장 확실하게 회복시켜드리겠다"고 외쳤다.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제조업·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을 넘어 미래 먹거리 발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약이었던 100조원 규모 인공지능(AI) 투자, 'AI 고속도로' 구축 등 국가적 AI 생태계 조성이 답이 될 수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은 새로운 세수 확충 방안이라는 점에서 재원 마련에도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