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의 람잔 카디로프(사진) 정부 수장의 건강 악화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가 17살이 된 셋째 아들에게 권력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카디로프의 아들 아담 카디로프(17)는 최근 몇개월 간 체첸 공화국의 안보회의 사무총장직을 비롯해 여러 요직에 연달아 임명됐습니다.
올해로 48세인 카디로프는 그간 여러 차례 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요. 비록 이 중 대부분은 국민으로부터 남아달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된 발언으로 풀이되지만, 카디로프의 건강 악화설이 불거진 가운데 나온 최근의 발언은 진짜로 물러날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독립 매체 노바야가제타 유럽판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카디로프가 2019년 급성 췌장 괴사를 진단받았으며, 최근 몇 달간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카디로프는 지난 달 러시아를 방문해 자신이 '충성'을 바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셋째 아들인 아담이 권력을 물려받는 구상을 언급했으나 퇴짜를 맞았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전했습니다.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의 뒤를 이어 2대째 정권을 이어가고 있는 카디로프에 미래 권력 승계 구도는 가장 중요한 숙제중 하나입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자신들의 든든한 '오른팔'인 카디로프 가문이 체첸에서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것에 관심이 큽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카디로프의 나이 어린 셋째 아들에게 권력을 넘기는 것은 당장 체첸 정권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어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프라하 카를로스 대학의 지역 안보 전문가 에밀 아슬란 교수는 짚었습니다. 아슬란 교수는 "크렘린궁은 체첸이 계속 카디로프 가문의 통치를 받는 것 자체는 개의치 않지만, 그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지역의 안정이다. 그리고 아담은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담이 권력을 잡을 만큼 나이가 찰 때까지 섭정 대리인을 임명하는 방안도 매우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기됩니다. 지난 2004년 아버지 아흐마트가 피살됐을 당시 27세에 불과했던 카디로프 본인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섭정 기간을 거쳐 30살이 됐을 때 수장직에 올랐지요. 카디로프가 물러날 경우 가장 유력한 섭정 대리인 후보로는 카디로프의 먼 친척이자 측근인 아담 델림하노프(55)가 꼽힙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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