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초반 국정 업무 파악과 초기 인선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인사들과 국무회의를 진행했고 용산 대통령실 인사도 속속 단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업무 파악과 국정 주도가 필요한 시간이다.
취임 직후 신속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연결도 성사되었다. 첫 통화이므로 20여분 동안 관세 협상과 당선 축하, 그리고 서로 '피습' 경험을 공유했고 골프 라운딩에 대한 대화까지 나누었다고 한다.
당장 국민들은 경제 회복, 국민 통합, 국익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기대는 한결 같았다. 입소스가 한국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16~17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2명 무선가상번호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6.8%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통령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과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2%가 '경제 회복'을 골랐다. 트럼프 관세 대응 등 외교 분야(7%)도 경제와 관련이 깊은 점을 고려하면 60%에 가까운 응답자가 경제 분야 대응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경제보다 더 시급한 사안은 국민 통합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우리 국민들의 진영 간 골은 극도로 깊어지고 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과정을 통해 갈라져 있는 정치 진영, 그리고 생각이 다른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야 말로 새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중대한 과제다.
이번 '차기 대통령 과제'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15%가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좌우 극단으로 나뉜 갈등을 통합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국면에서 격화된 대립을 '통합의 리더십'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 대통령이 '통합'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필요나 충분 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8년 전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내걸고 탄핵 이후 국정철학으로 삼았다. 그 결과 국민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이념적 대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대통령이 '통합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결정적 이유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내란 특검법'을 본다면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비상계엄 선언, 그리고 그 이후 집행 과정에서 불법적인 범죄 행위가 확인되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과, 윤석열 정부와 관련 있는 인물들과 관련자들을 모조리 '내란 세력'으로 몰아 보수 괴멸을 시도하는 접근은 근본적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 인사들의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포함해 내란, 외환유치, 군사반란 행위 등 11개 범죄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특검 후보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한다. 파견 검사는 60명이나 된다.
윤 전 대통령과 군 관련 인사들은 이미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출범된다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 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정치 보복은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내란 특검이 주도하는 정국이 되면 반대 정파는 '정치 보복'으로 인식하게 된다. 내란 특검이 필요하다면 철저하게 그 폭과 범위를 필요에 맞게 더 엄격하게 규정해야만 한다.
되돌아보면 선거 국면에서 '반(反)이재명 정서'의 원인은 이 대통령의 '재판 리스크'였다.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안정을 기하겠다는 법적 취지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재판 진행이 마땅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법 개정을 통해서 '면소' 환경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입법권을 통해 재판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야당을 법과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다고 하면 명분이 서지 않는다. 그렇게 한다면 '통합'은 영영 물 건너가고 만다. 그 전에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