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3일 대통령 선거는 어쩌면 요식행위였을 지도 모른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국민들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예상했다. 다만 과반수의 지지율을 얻을지 반신반의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투표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1728만 7513표(49.42%)를 획득해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 되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재명 후보과 과반을 넘기지 못했고, 김문수 후보는 41.15%나 득표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선 명분과 준비 등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월 3일 계엄령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 심판의 결과로 치러졌다. 말하자면 윤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이 짙었다. '내란 종식'이라는 민주당의 캐치프레이즈로 계엄령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또한 민주당에서는 4월 27일 대통령 후보자를 최종 선출했지만 국민의힘은 후보 교체 파동을 겪고서야 2주 늦게 후보자를 선출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역 구도를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 다음날인 4일 신문에 보도된 득표결과 지도는 매우 상징적이다. 국토를 동서로 적색과 청색이 양분했다.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제주권은 청색의 이재명 후보가, 강원과 부산 등 경상권은 빨간색의 김문수 후보가 점령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의 출생지였던 경북 역시 국민의힘의 적색으로 칠해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점을 적극 내세우며 지역 표심을 공략했다. "재명이가 남이가"라며 읍소했지만 그뿐이었다. 결과는 과거와 별 차이가 없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부산과 울산, 강원에서도 김문수 후보에게 졌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지역성은 오히려 강화된 셈이다.

이 대통령은 20·30대 표심 잡기에도 실패했다. 출구조사 결과로 보자면, 이 대통령은 40대 72.7%, 50대 69.8% 등 40·50 세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70대의 34%, 20대의 41.3%만이 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특히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은 24%, 30대 남성 지지율은 37%에 불과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같은 세대 여성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특정 정당이 독점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우려도 컸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167명(56.4%)인데다 조국혁신당(12명), 진보당(3명) 등 우호세력까지 합치면 친여 의원 수는 184명으로 전체 296명의 64.2%에 달한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대로 '독재권력'은 아니더라도 2028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압도적 힘의 정치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우려는 3주 정도 짧은 선거운동을 한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을 높인 요인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실용주의에 대한 불안함도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원칙이나 소신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관련 일에 간섭하지 않는 '셰-셰(謝-謝)' 논란이다.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하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주변국 모두에게 좋은 말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성장을 무려 24번이나 언급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강조였다. 그는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적극적인 확대 재정을 하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세금 인상 등으로 누군가에게 더 큰 부담을 요구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자칫 오늘을 위해서 내일의 청년들에게 짐을 지울 수도 있다.

불안하고 숨 가쁜 6개월이었다. 지난해 12월 계엄 선포로 시작한 국가 불안 상황은 지난 3일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막을 내렸다. 혼란스러운 정치적 이슈가 연일 계속되면서 국민의 눈과 귀는 정치에 쏠렸다. 정치가 전부인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경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리더십으로 '지지하지 않은' 과반의 국민도 환호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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