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리듬이 바삐 흐르는 도시의 한복판 인사동, 이 곳 네 명의 작가가 펼쳐 보이는 회화 속 세계는 마치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조용한 방처럼 관람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감성과 시선으로 기억, 감정, 존재를 탐색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마음의 평온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성북미협 베아따 작가, 문연아 작가, 허정숙 작가, 경창현 작가
문연아 작가는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을 통해, 우주라는 압도적인 배경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보이저 1호가 찍은 작은 지구의 이미지, 그 '푸른 점' 위에 펼쳐지는 수많은 삶의 조각들을 그는 색과 빛, 텍스처로 시각화한다. 작가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보금자리인 이 작은 별에서, 서로를 더 사랑하고 겸허해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우주의 침묵 속에 반짝이는 생명의 가능성과 따뜻함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베아따 작가에게 그림은 '자기 발견의 여정'이자 '지속적인 내면과의 대화'다. 자연과 인간,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진 화면은 관람자에게 조용한 안식처이자 치유의 공간이 된다. 오렌지나무, 동물, 자연 풍경은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는 자화상이자, 삶의 소소한 기쁨과 감정을 회복하게 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그녀는 "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의문을 제기하며 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망을 이야기하며 개인의 본질과 현시대인의 내면의 잠재된 평온함을 주고 싶다"고 말하며, 따뜻한 색채와 유쾌한 이미지로 내면의 감정들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허정숙 작가는 반복적으로 꾼 꿈의 장면을 화폭으로 끌어온다. 작은 창문과 자그마한 책상, 서랍장이 놓인 방-그곳으로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마음은 현실의 무게를 버티는 내면의 비밀스러운 요새를 암시한다. 그는 "추억이 깃든 장소 하나만으로도 지친 일상에 위로가 된다"고 말하며, 과거와 현재, 소망이 교차하는 감정의 공간을 섬세한 붓질로 그려낸다. 허작가의 작업은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몽환적인,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인 위안의 풍경이다.
경창현 작가는 자연의 품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오래된 나무다리, 빛과 색이 스며든 풍경, 바람에 흔들리는 사물들에서 그는 시간의 결을 읽는다. "사물에 스며든 세월의 흔적을 통해 삶의 여정을 마주한다"고 말하는 그는 자연이 건네는 감정들을 색과 선, 공간의 중첩으로 풀어낸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그 경계 위에서 경창현은 흐르는 시간과 사라진 기억들을 성실히 붙잡아낸다.
이번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는, 네 명의 작가가 공통적으로 탐구해온 '공간', '기억', '자연', 그리고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이들이 그려낸 풍경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어떤 방, 추억, 존재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작품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자신만의 내면에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6월 4일~9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4층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전미진기자 junmijin83@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