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사법 사태는 조금 당혹스럽다. 일부는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에 반발하기도 한다. 사법 독립성 침해 운운의 주장도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이 두 개념은 필연적 공존이지 결코 상반된 개념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원래 사법권은 왕실 등에서 유래한 주권적권력이었다. 따라서 이 권력은 일반 시민들보다도 당연히 높은 위치에 있었으며, 이 권력의 행사자는 특권적 존재였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사회에서는 그 위치가 재조명돼야 한다. 판사와 기타 준사법기관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단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 제공자일 뿐이다. 사법 작용의 결과가 강제력을 띤다고 하여 달리 해석될 이유가 없다.
이런 차원에서 사법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좀 심각해 보인다. 예를 들어, 소액 민사사건에서는 법률상 판결 이유의 설시(쉽게 설명함)를 생략할 수 있다. 이는 '원님 재판'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 실로 놀라운 전근대적 발상이다. 물론 항소 절차 등에서 그 정당성이 검증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잘못의 지적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가히 비상식적이다. 단순히 판사 업무의 과중 때문이라면 대폭적인 판사 증원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나아가 상식에 반한 유죄 판결 관행은 더 놀랍다. 판사는 유죄 판결에 대해 충분한 판결 이유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과거 대법원 판결에 의한 것으로 실로 상식에 반한다. 유죄 판결은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러한 판결이 단지 몇 줄짜리 메모 수준으로 내려진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반면 무죄 판결의 경우에는 오히려 상세한 논문 수준의 판결 이유가 첨부된다. 이는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법 정의의 본질을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판사 인원 증원 등을 포함해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 이해가 전혀 안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AI를 잘 활용한다면 이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일반 시민이 법률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고비용의 변호사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정부가 일부 지원을 제공하기도 하고,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적절한 AI의 도움을 허용한다면, 일반 시민 개개인도 법률 전문가에 준하는 수준의 지식과 분석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법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만이 아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사법 전문성을 보편화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사법 소비자와 사법 제공자, 즉 판사 등과 사법 소비자 간의 새로운 균형 관계 설정을 가능하게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가 있다. 이는 바로 '사법 데이터의 공공 접근성'이다. 현재 사법 데이터, 예를 들어 판례 정보 등은 대부분 법원만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일반에 공개되는 절차와 방법 등은 너무 제한적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판결문이 공공 기록으로 분류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제 사법 데이터는 전면적으로 공공의 소유가 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법 정의 실현의 기본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AI는 이러한 공개 사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을 돕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차별적인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전하게 해소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사법 분야가 앞서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방향은 사법 정의, 나아가 사법 민주주의 정립의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