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선은 보수 정치세력에 대한 민심의 단호한 경고였다. 선거 결과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기존 보수 진영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자 냉혹한 평가였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 진영은 시대 변화에 둔감했고, 청년과 중도층의 감수성을 읽지 못했으며, 무당층을 이끌어내는데도 실패했다. 오히려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렸다. 이렇게 시대 요구와 민심 흐름을 외면한 채 기득권에 안주한 보수 진영에 유권자들은 설득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참패였다. 국민의힘은 이미 변한 민심에 응답하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시대의 바깥으로 밀어냈다. 이를 보면 보수가 직면한 현실은 존재 자체에 대한 구조적 위기라 할 수 있다.

보수 정치는 오랫동안 "좌파는 안 된다"는 반사 논리 등에 기대어 생존해왔다. 이번 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구호만 되풀이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이길 것인가'에만 몰두했다. 특히 보수 진영 내부의 모순과 균열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계파 갈등, 리더십 부재, 정책 빈곤, 시대착오적 언행까지 어떤 면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이끌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직시하고 반성하기보다는 '외부 탓'으로 돌리는 구태를 반복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더 이상 그런 정치에 속지 않았다. 기만과 책임 회피에 대해 냉정한 심판으로 응답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국민께서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제 보수는 민심을 되찾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한번 떠난 민심을 되돌리는 일은 어렵고도 지난한 만큼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으로 임해야 한다. 출발점은 환골탈태다. 뼛속부터 바꾸는, 말 그대로 해체 수준의 구조 개혁이다. 외피만 바꾸는 눈속임식 '쇄신 쇼'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결단하지 않으면, 보수는 다음 대선이 아니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보수의 시간은 이제부터다. 진짜 '보수의 재건'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정강·정책을 시대에 맞게 고치고 국민의 아픔과 분노, 기대에 공감할 줄 아는 리더를 세워야 한다. 이런 진정성 있는 개혁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보수의 존립과 미래를 지켜낼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