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원조직법·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거수 표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원조직법·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거수 표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30명까지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개정 법안은 대법관 수를 1년에 4명씩 4년간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현재 14명인 대법관 정원은 최종 30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개정 법안은 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10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두 법안을 병합·심사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판결을 받으니까 대법원장을 탄핵한다고 하고 대법관 숫자를 100명으로 늘리자고 한다"고 비판하자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내가 시켜서 한 것으로 말하지 마라"고 반박했었다. 하지만 30명 증원 법안에 대해선 철회하지 않고 공약에 집어넣었다.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은 사법부 내에서도 오랫동안 논의돼왔던 사안이다. 법관 수 부족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의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 추진은 대법원이 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자 이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의 대폭 증원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재판소원을 가능케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층은 행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관 수를 증원하고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면, 대법원과 사법부는 '민주당의 사법부'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2004년 베네수엘라 독재 정부가 대법관을 32명으로 증원하며 사법부를 장악했던 것과 같은 길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대법관은 장관급으로, 16명의 대법관을 늘리는 건 16명의 장관을 추가로 임명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대법관 연봉과 비서관·재판연구관 채용, 의전 차량, 사무실 증설 등에 연간 수백억원이 더 들어야 한다. 30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에서 합의도 쉽지 않다. 법원행정처마저 반대 의견을 낸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의 측근 이화영, 김용 씨 등에 무죄를 주기 위한 꼼수라고 말한다. 절대 다수당인 여당이 대통령 취임 날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공청회 등을 통해 전문가 의견도 들어보고 보다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옳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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