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왜 무너지고, 국민들은 어떻게 '사이비 정치인'들의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갈까? 미국 예일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민주주의 국가를 위협하는 메커니즘의 실체를 해부한다. 저자는 오늘날 파시즘 정치의 교활한 아이러니 중 하나가 파시즘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현실에 과잉반응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파시즘'은 역사 속의 정치행위가 아니며, 그 다양한 정치적 전략들은 특히 민주주의 사회의 불안정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 언제든 시민을 설득하고 선동할 수 있다. 위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치인들은 언제든 이런 전략들을 교묘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는 이런 위험에 직면해 있다.
책은 파시스트 정치의 메커니즘은 '우리'와 '그들'의 갈라치기가 특징이라며 파시즘이 권력을 얻기 위해 거짓 신화와 혐오를 만들어내는 10가지 정치 전략과 기술을 제시한다. 첫째, '신화적 과거'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둘째, '프로파간다'로 문제가 있는 정치가의 목표를 도덕적인 이상으로 선전한다. 셋째, 순종적인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와 대학을 약화시켜 '반지성'을 조장한다. 넷째, 가짜 정보와 두려움으로 현실을 왜곡한다.
다섯째, 우열에 의한 '위계' 사회가 인류의 가장 자연적인 상태라고 말한다. 여섯째, 우월한 지배계층인 '우리'가 '그들'에게 이익을 빼앗겼다고 말하며 '피해자의식'을 부추긴다. 일곱째, '법질서'를 내세워 '우리'와 대비되는 타자인 '그들'이 '우리'를 위협하는 범죄자라고 말한다. 여덟번째, '성적 불안'을 이용해 '우리'의 전통적인 남성 역할 및 지위를 위협하는 불법적 존재로 '그들'을 묘사한다. 아홉째, '소돔과 고모라' 일화에서처럼 도시를 타락하고 오염된 장소이자 게으른 이들이 빌붙어 사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열째, 나치 강제수용소의 캐치프레이즈였던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에서처럼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복지 시스템을 해체해서 각자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전략들을 구사하는 권위주의적인 정치세력이 법과 시스템을 장악하게 되면 비정상의 정상화, '우리 대 그들'의 갈라치기, 가짜 뉴스와 현실 왜곡, 각자도생하는 사회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사회적 공론장 속에서 정책과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파시스트적 언술과 전략들은 무엇보다 시민을 무력감에 빠지게 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기이한 현실을 살게 한다. 책은 오늘날 정치적 불안정의 패턴을 밝혀내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교활하고 위장된 정치행태의 전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진짜 '현실'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는 독자에 생생하게 다가온다. 강현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