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대선이 끝났다. 이제 새 정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 우선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매년 수십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작년보다 37만명이 감소했다. 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의 인구에 비해 두 배가 넘고, 노인 부양비는 3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 성인역량 조사(PIAAC) 결과에 따르면, 성인 문해력과 수리능력은 모두 OECD 국가 평균 이하다.

생산성, 자본, 그리고 노동의 성장기여도도 모두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목표치 2%를 웃돌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8년 이후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중 수출 경쟁력 역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새 정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재택근무 공무원의 사무실 복귀 등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정치적 이슈보다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했고, 취임 이후 이를 실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선거 과정에서는 인기 영합적 공약과 부조리한 공약만 난무하고, 근검절약하고 열심히 뛰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새 정부는 허황된 공약은 뒤로 하고 정말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

작금의 경제 침체는 구조적인 저효율과 문재인 정부의 돈 풀기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발생했다. 이에 통화당국은 문재인 정부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개선하고 자산 가격 붕괴를 막기 위해 디스인플레이션 정책을 썼다. 이는 돈은 계속 풀면서도 물가상승률을 점진적으로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물가를 서서히 안정시키며 경기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월급 받는 사람들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계속 올라간 물건 값으로 장사도 안된다. 자산가격 급락은 막았으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한다. 구조조정 없이 돈을 풀면 경기침체는 장기화한다.

스웨덴의 경우 방만한 복지정책으로 경쟁력을 잃고 경제가 침체하자 돈을 풀었다. 그후 집값이 급락하면서, 스웨덴은 금융위기를 겪었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일본은 거품 붕괴 이후 저금리를 유지하며 돈을 풀었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천정부지로 증가했고,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새 정부가 급한 마음에 구조적 경제 문제를 돈 풀기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다른 나라들과 같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새 정부의 1호 정책은 돈의 흐름을 정상화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새 정부는 부동산 PF 및 소상공인들의 대출과 관련된 금융권의 부실 채권을 정리하고,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과 투자환경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투자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금리만을 낮춘다면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간다. 지금도 신고가를 갱신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돈을 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새 정부가 심혈을 쏟아야할 또다른 문제는 '트럼프 관세 전쟁'에 대한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을 통해 미국의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올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려 한다. 우리도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정책으로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조선과 원전, 반도체 산업 등에서 미국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관세정책으로 할당관세제도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구호로는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성급한 육성 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벤처 버블을 재연할 뿐이다. 당시 눈먼 돈이 흥청망청 뿌려지고, 그 돈은 강남을 불야성으로 만들었다. 경제는 침체했고 카드 대란까지 발생했다. 신산업 육성은 국제적 생태계 구축을 통해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돼야 한다.

국민은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원한다. 이를 위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돈 풀기로 시간을 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재정은 악화하고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다시 경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함께 뛰어야 한다. 새 정부는 개혁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구조개혁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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