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햄버거일 것이다. 맛있고 부드러우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이다. 그런데 모건 스퍼록이라는 영화 감독이 스스로 맥도날드 메뉴만을 한 달 동안 먹고 지내면서 '수퍼 사이즈 미'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여 2004년 개봉했다. 결과는 단 한달만에 11.1kg의 체중 증가, 구토, 우울증, 간질환과 성기능 감퇴를 겪고 이 후 회복되는데 무려 1년이나 걸렸다. 이 영화는 미국 햄버거점에서 영양분석표를 공개하고 초대형 크기의 수퍼 사이즈 햄버거가 메뉴에서 삭제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2022년 발표된 연구 결과(7만2000명 대상)에 의하면 초가공식품의 섭취량이 10% 정도 늘면 치매 위험이 25% 증가했다. 이탈리아 연구의 대상자 중에서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은 25%의 참가자가 가장 적게 먹은 25%와 비교했을 때 전체 사망률이 26%나 높았다. 작년 하버드 연구팀이 발표한 20만명 이상의 미국 의료진을 대상으로 30년간 관찰한 방대한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그룹의 심장병 발생 비율이 11%, 그 중에서도 협심증은 16% 증가했다.
브라질의 예방의학자인 모테이로는 식생활 습관에 초점을 맞춰서 2009년 '노바(NOVA) 분류'라는 이름으로 식품을 4가지로 분류했다. 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채택됐다.
1군은 음식물을 신선하거나 가공하지 않은 재료만으로 만든 식품이다. 2군은 1군 식품에서 추출하거나 최소한의 가공만 한 식품이다. 올리브 오일과 같이 압착해서 추출한 기름, 소금, 설탕, 식초, 전분, 버터 등이 해당된다. 3군은 가공된 식품을 의미한다. 치즈, 통조림, 페이스트리, 말린 생선, 빵, 케이크, 비스킷 등이 해당된다. 4군은 초가공식품으로 라면과 소시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이 해당된다. 즉 다양한 종류의 과당, 옥수수 시럽, 향미료, 식용색소, 유화제, 보존제, 탄산 등이 들어간 식품과 사전에 튀긴 음식이 4군에 해당된다.
이탈리아 연구팀이 137만명을 대상으로 한 99개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섭취한 전체 열량 중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호주 42%, 미국 58%, 이탈리아가 10%였고 우리나라도 25%로 낮지 않았다.
초가공식품은 달고 짜고 기름진 맛을 내는데 이 맛들은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그 결과 흡연 수준의 강력한 중독성을 지니게 되며, 대부분 부드럽고 먹기도 편해 미처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추가로 더 먹어서 과식을 하게 된다. 일반 식품은 100g당 94칼로리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초가공식품은 378칼로리를 가지고 있어 열량은 훨씬 높은 반면에 다양한 영양소와 비타민, 식이섬유 같은 유익한 성분은 크게 부족하다.
더군다나 초가공식품에 들어가는 다양한 첨가물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아질산나트륨은 육류를 먹음직스런 분홍색을 띠게 하고 균을 억제할 뿐 아니라 음식물이 산화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햄, 소시지, 육포, 베이컨은 물론 훈제 오리고기와 명란젓 등에 광범위하게 들어간다. 성인에게10g 정도의 다량을 투여하면 사망할 수도 있으며 WHO는 동물 실험에서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마요네즈, 캔커피 등 다양한 식품에 들어가는 유화제도 물과 기름이 분리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역시 동물 실험에서 염증성 장염이나 대사증후군을 유발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각각의 식품에 들어가 있는 첨가물을 분석하면 하루 섭취 허용기준 내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에 여러 종류의 초가공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렇게 되면 특정 첨가물의 전체 양도 증가하지만 첨가물들이 체내에서 서로 상호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 간장이나 케첩 같은 양념에도 다양한 종류의 첨가물이 들어가지만 일반적으로 여기까지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