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승 한국특허전략개발원 전담관
최근 발생한 SK텔레콤의 악성코드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닌, 우리 사회와 기업의 사이버보안 태세에 심각한 경고를 던진 사건이다. 이는 첨단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겼다. 통신 인프라를 겨냥한 이번 공격은 한순간에 수백만 명의 일상과 기업 활동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공간이 곧 전장이며, 정보통신 인프라가 전략자산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더불어,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안 취약점을 대규모로 노출시키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악성코드와 피싱 기법은 이제 AI의 학습을 통해 더욱 정교해졌고, 사람의 판단을 교묘히 우회할 수 있다.

여기에 양자컴퓨팅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수십 년이 걸릴 연산을 단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어, 공개키 기반 암호시스템(PKI) 등 현존 보안 체계를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보안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이버 보안에 대한 전방위적 투자와 인재 양성이다. 기업들은 보안을 비용이 아닌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하며, 정부와 산업계는 협력하여 보안 스타트업과 전문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생적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고급 보안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체계적 교육 시스템과 연구개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역사는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지혜롭고 과감한 방어로 국가를 지켜낸 '방어 DNA'를 증명해왔다. 고구려의 안시성 전투와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고려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 조선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거북선과 해전은 외적의 위협에 맞서 끝까지 버티고 승리한 우리의 타고난 방어 DNA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전략적 사고와 대응력이 오늘날의 사이버위협 상황에도 요구된다.

더 나아가, 우리는 단순한 방어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기술력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예컨데 고조선 말기 유물 다뉴세문경에서 보이는 미세 조형 기술, 고구려 벽화 속의 '기록의 신'과 '수레바퀴의 신'은 고대부터 우리가 정보 기술과 시스템적 사고에 강한 민족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통은 곧 우리의 SW적 성과가 요원한 시점에서 우리가 SW와 사이버보안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겠다.

우리는 AI,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에서 미국, 중국, 유럽보다 뒤처졌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방위산업 등 전략 기술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바로 지금이 이 기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이버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사이버보안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사이버 공간과 물리보안 영역의 방어를 튼튼히 하는 것이 국가의 안보와 사회 안전을 강화하고, 기술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내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SKT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차세대 산업으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묻는 경고음이다. 미래 대한민국의 밸류업을 위해 사이버보안 기술 투자와 인력 양성, 그리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유니콘 기업의 전략적 육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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