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설득의 연속이다. 사랑도, 인간 관계도, 정치도, 선거도, 국가 관계도 모두 결국 '설득'이다. 내 생각과 마음을 호소하여 타인의 마음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인간 사회 속 모든 작용의 시작점인 것이다. 인간은 이 과정들을 오감을 통해 나타내고 받아들인다. 이는 한 인격체가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보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속에는 수많은 인격체들이 존재하며, 개인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각각의 인격체들이 바라보는 동일한 세상을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작용들이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사회와 역사가 만들어진다.
국가는 과연 무엇일까? 현대 국가에서는 어느 국가, 혹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국적' 혹은 인격체를 형성할 환경적 요소들이 주어진다. 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부모로부터,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되었고 한국어를 학습했으며, 대한민국 사회의 사고방식과 사회 구성 요소들이 내 오감을 통해 흡수되어 내 정체성을 만들었다.
어느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지 그 환경을 기반으로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진다. 그 중심에는 국가가 있다. 현대 국가에서 정치는 개인의 자아가 형성되는 경로를 가장 직접적으로 형성하게 하는 중심 요소이다. 정치는 국가 존속을 위해 스스로의 역사를 정의하려 한다. 그렇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국가 정체성을 갖도록 하고, 그 정체성은 국가성, 국가 의식을 형성하게 한다. 이는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고, 국정 운영의 원동력이 된다.
또한 사회 구조를 설계하고 적용한다. 역사적 경험과 정의에 따라 국가의 틀이 정해지고, 법이라는 규율을 정하며 이를 집행할 물리력과 행정력을 구축한다. 생존을 위한 경제 정책 역시 마찬가지로 설계된다. 이 외에도 수많은 국가 요소들이 개인을 휘감고, 이는 구성원들의 성장과 사고방식에 깊은 자취를 남긴다.
이처럼 정치는 곧 개개인의 생존과 직결되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인격체를 형성하고, 어떠한 감정을 느끼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지를 개념화시킨 '자아'를 형성하는 그 자체다. 이는 곧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라보자.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가관은 두 개로 쪼개졌다. 남과 북, 좌와 우, 두 개로 쪼개진 유형체가 존재한다. 여야를 막론한 국가 지도부는 정치적 목적을 자신의 권력과 이득에만 집중시켜 놓았다. 이렇게 형성된 구조속에서 국가 기능들은 붕괴, 추락하고 있다.
한국인들에 정치는 무엇일까?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정치는 곧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그에 따라 정치가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점점 본연의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어느 틈에 정치 본연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국가의 위기에 대해 논의하며 바른 소리를 하면 '현실 정치를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시대다. 이대로면 국가가 무엇인지 사고 능력을 잃어버린 채, 역사는 프레임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될 것이다.
나만 옳고 상대방은 없어져야 마땅한 세상, 최소한의 격식과 배려가 상실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청년들은 떠나고, 자살률은 1위이며, 출산율은 최저이다. 집단 사고체계는 나라의 국운을 결정한다. 국가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안일한 집단 사고체계는 청년들에 무기력감만 심어준다. 방향성을 깨닫고 대비하지 않는 이상 국가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