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탄탄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을 포함한 소프트웨어(SW) 기술 고도화와 산학연 간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야 합니다."
최정단(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AI로봇연구본부장은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생태계와 SW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TRI 입사 이후 20년 넘게 자율주행차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최 본부장은 "미국과 중국은 엄청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두 나라는 기업들이 개발한 무인 로보택시가 활발하게 운행되고 있으며, 자율주행과 AI 융합을 통해 기술과 성능이 한층 고도화되는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27년까지 운전자 개입이 필요하지 않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과 비교해 기술개발 속도와 상용화 수준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는 "중국이 미국에 비해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후발주자임에도 지금은 오히려 미국을 추월한 만큼 급성장했다"며 "그 근간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투자, 민간 기업의 끊임없는 SW 기술 혁신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달리 미국은 민간의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자동차 제조기업과 빅테크 기업이 전략적 제휴와 경쟁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최 본부장은 "생성형 AI 등장 이후 AI가 자율주행 기술과 융합해 커다란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최근에는 AI가 전체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학습하는 'E2E(엔드 투 엔드)' 알고리즘이 각광을 받으면서 보다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성능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AI·SW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E2E 알고리즘을 자율주행에 적용하면 새로운 도로 주행 환경이나 낯선 상황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 자율주행 차량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개발 기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자율주행업계의 새로운 AI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차량 자체 기술뿐 아니라 도로 인프라를 위한 투자도 중요하다고 했다.
최 본부장은 "자율주행차는 도로 환경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필요한 특성상 센서, 카메라, 통신장비 등이 설치된 지능형 도로로 개선돼야 한다"며 "도로 상황과 신호 변경, 기상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차량에 전달할 수 있는 V2X 통신을 포함한 차량과 인프라(V2I), 차량과 보행자(V2P), 차량과 네트워크(V2N) 등서로 다른 통신 방식을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학연관의 전략적 협업 강화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자율주행기술과 AI, 로봇이 융합하면서 빠르게 기술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 자동차 산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연구계와 학계는 산업계보다 한 발 더 앞선 미래 연구에 주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본부장은 최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ETRI, 대전시가 지역의 중소기업 5개사과 함께 추진해 왔던 자율주행버스 2대가 오는 12월 말부터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객운송서비스를 위한 전기차 개조, 정밀도로지도 구축, 통신 인프라 설치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세종터미널에서 반석동, KAIST 문지캠퍼스, KAIST 정문(26.9㎞)에 걸친 자율주행 상용화 시범지구에 자율주행 기술실증을 추진한다.
그는 "ETRI가 개발한 자율주행기술을 지역 기업이 자율주행버스에 실제 적용해 운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자율주행차 시범사업을 더욱 확대해 국민적 수용성을 높이고, 기술개발을 고도화해 자율주행기술 선도국 진입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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