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가 된 정치, 공동체 위기 초래… 대선 계기 업그레이드 시켜야
D-7조사 득표율이 실제 득표율과 유사… 이재명 승리 가능성 높아
김문수, 시대 흐름·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 '尹절연' 타이밍 놓쳐
보수, 세대 교체 통해 재구성해야… 이준석·한동훈 이끌 가능성 커
대통령 권한 제한만으론 부족… '국민의 체온 느껴지는 국회' 돼야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가 공동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민폐의 정치가 된거죠. 비상계엄과 탄핵에 따른 이번 대선은 정치의 정상화가 시대정신입니다."

29일 서울 중구 필동로 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박명호(61)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험난한 앞길이 예고돼 있다"며 "어설픈 정치 보복보다는 정치 정상화와 업그레이드를 위한 통합과 관용, 탕평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그는 "차기 정부에 부여된 제도 정비라는 임무를 위해선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무른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역대 대선을 보면 투표 D-7일 여론조사 평균 득표율이 실제 득표율과 유사했다"며 "큰 변수가 없는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그와 민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 덕분"이라며 "이 후보에 대한 일각의 불안과 불신은 여전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사법 리스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관건은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 후보에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공적 마인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정당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설 경우 민주당이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어느 정도 할 것인가에 국정 성패가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선 "올곧은 후보지만 시대 흐름과 본인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쉽다"며 "너무 늦게 윤과 절연해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또 보수 정당은 '영남 자민련'에서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었다며, 세대 교체를 통한 '보수의 재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보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끌 가능성이 높다며 이 후보는 정치 평론가가 아닌 플레이어 역할을, 한 전 대표는 정치와 정당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높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의 권한 제한만으론 정치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며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국회의 책임성과 민주성,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여 '국민의 체온이 느껴지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인천 송도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석사를, 미시건주립대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정당학회장과 민주시민교육학회 회장, 안민정책포럼 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6·3 대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과 승패를 좌우할 주요 이슈는 뭘까요?

"대선때마다 시대의 과제, 시대 정신이라고 불려지는 게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정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민폐가 된 정치로 인한 것입니다. 정치 리더십이 선도와 통합 기능을 상실한 채 오히려 국민 삶에 고통을 주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준 게 대선의 환경입니다. 따라서 정치의 정상화, 정치의 업그레이드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어찌됐든 이번 대선은 개헌과 탄핵의 대선입니다. 예정돼 있지 않았던 선거이기 때문에 '책임과 희생'의 요소가 승부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계엄과 탄핵의 계기가 된 근본적 요인을 어떻게 해소하고 해결해 낼 수 있느냐, 그게 개헌이고 정치개혁일텐데 거기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지 못한 게 이번 대선이 갖는 한계라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선거엔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 차기 대통령엔 어떤 자질과 덕목,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번 대선을 정치의 정상화, 체제 정비, 미래 준비의 업그레이드로 본다면 정상적인 리더십으로의 복귀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쳇말로 하면 좀 '무른 리더십', 통합과 제도 정비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류(流)의 캐릭터와 지향을 가진 분들이 현 시대 상황과 적절하게 매치되지 않을까요? 시대나 변화의 흐름과 리더십의 유형, 리더십의 캐릭터가 궁합이 맞아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 우리 공동체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 유형은 강한 리더십보다는 약해 보일 수도 있으나 오히려 통합과 제도 정비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물태우 리더십'입니다."

- 이번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 3파전 양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8일 3차 TV 토론이 끝났는데 어느 후보가 토론에서 가장 잘했다고 보십니까?

"매번 대선때마다 토론회를 진행해왔지만 더 퇴행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기계적인 공정성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토론회엔 4명의 후보가 참여했는데 사실 그중에 당선권에 가능한 분은 3명이나 2명입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 토론을 하거나 아니면 유력 후보들 간 1대 1 맞토론을 하게 하는 방식이 바람직할텐데 기계적인 공정성에 치중하다 보니 국민들이 대선 후보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공약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무제한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의 토론이 되어야 합니다. 또 진보나 보수 매체에서 편파적일 수 있는 의제를 놓고 하는 토론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국민들이 후보가 누구이고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재명 후보가 앞서 나가는 가운데 김문수 후보의 추격이 거센 양상입니다. 이 후보가 승리할까요, 아니면 김 후보나 이준석 후보의 돌풍이 이 후보를 넘어설까요?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김 후보의 사퇴와 이 후보로의 단일화가 마지막 기회였는데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대선을 보면 대체로 후보 등록 시점의 여론조사 평균 득표율이 24, 25일 후 대선의 실제 득표율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보다 더 기간을 줄여보면 투표 D-7일 그러니까 일주일전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깜깜이 기간에 들어가기 직전 여론조사들의 평균 득표율이 후보의 실제 득표율과 유사했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에요. 이 두 가지 기준에서 보면 득표율 차이가 어느 정도냐가 문제지 큰 변수를 찾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지율 1위 후보는 등락을 거듭하지만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2위 후보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2위 후보가 1위를 넘어선 이른 바 '골든 크로스'가 나온 적은 없었어요. 대체로 이재명 후보가 40% 후반에서 50% 넘기거나 그 언저리에, 김문수 후보가 20%대에서 30% 경우에 따라서는 40% 초반까지 올라갔습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웃돕니다. 이재명 후보는 반대로 당의 지지율에 플러스 알파로 개인 지지율을 얹혀 놓고 거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이었다가 약간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TV 토론 영향과 지지층의 피로감이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된 듯 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40% 후반대나 잘하면 50% 초반, 김문수 후보의 경우에는 40% 초반에서 중반 정도 사이가 최대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은 변수는 김문수 사퇴, 이준석으로의 단일화가 마지막일텐데 이는 이론적으로만 남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보수층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막판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는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만약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 효과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이재명 후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둘이 합해 1위를 따라잡거나 넘어서야 단일화 효과가 생기는 건데 누가 누수가 적으냐가 문제일 겁니다. 이는 파괴력이 누가 더 세냐라고 하는 것과 연결돼 있죠. 김문수 후보로의 단일화의 경우에는 이준석 표가 온전히 가기 어려울 겁니다. 반대로 이준석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일부가 투표를 안 할지언정 이재명 후보로 넘어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을 겁니다. 국민의힘이 받아들이기가 대단히 어려운 거죠. 이번 대선이 근본적으로 계엄과 탄핵에서 출발해 보수나 국민의힘에서는 책임과 희생의 대선이 돼야 되는데 좀 늦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 이재명 후보의 높은 지지율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사법 리스크'가 국정운영에 걸림돌은 안될까요?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계엄과 탄핵이라는 이번 대선의 원인이 기본 토양입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한 건 하나도 없어요. 모두 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만든 일이죠. 계엄이나 탄핵이 잘됐느냐 못됐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헌재의 판결로 정치적으로는 이미 심판이 끝난 겁니다. 거기에 따라 치러지는 대선이니 당연히 원죄를 갖고 있는 곳과 원죄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다를 수 밖에 없죠. 윤 전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의 결정적인 공헌자이고, 어떻게 보면 선대위원장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최근 이 후보 지지율이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것은 토론회에서도 확인이 됐지만 이 후보에 대한 불안과 불신의 기조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중도를 포함한 특히 보수적 유권자에 가까울수록 이 후보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5건의 재판들이 당선되면 중단되는 거냐라는 논란이 헌법 84조를 중심으로 이어질 겁니다. 거기에 대한 안전판을 민주당 스스로도 만들려 하고 있고, 또 언제든 다시 시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법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가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이재명 후보는 예전부터 사법적 리스크에 대해 정치적으로 대응을 해왔습니다. 민주당의 다양한 입법적 준비들은 결국은 사법 리스크에 대한 정치적 대응이 될 거고, 그것이 사법부의 구조 변경이라든가 또는 헌재를 통한 우회 견제랄까 통제랄까 하는 여러 시도들을 하려고 하게끔 유혹하지 않겠습니까. 관건은 국민들이 과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닐까 싶어요. 재판이 계속돼야 된다라고 믿는 조사가 대체로 좀 많이 나온 걸로 보여지는데 압도적이지는 않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통합의 정치가 가능하겠느냐, 이게 가능해야 미래 준비의 정치가 가능할 것인데 이 모든 것의 출발은 결국 공적 마인드가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계엄과 탄핵에 따른 대통령 보궐 선거라는 점에서 누가 집권을 하든 대단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진보'로 자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정통 민주당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진보의 가치로 볼 때 민주당을 진보로 볼 수 있는 겁니까?

"'이재명의 민주당'이냐 '민주당의 이재명'이냐의 결론은 이미 났죠.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고 이미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습니다. 만약 이 재명 정권이 들어선다면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여러 불안감은 당이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내느냐에 해소 여부가 달려 있다라고 보여집니다. 윤석열 권력의 실패, 정치의 실패는 정당의 실패로부터 기인했습니다. 특히 집권당이 문제예요. 역동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책임성을 가져갈 수 있겠느냐, 민주당이 이게 가능하겠느냐라는 거죠. 최근 이재명 보호 또는 방탄 입법 노력들을 보게 되면 과연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의 적절한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느냐, 그러니까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서 책임과 후원의 역할과 동시에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느냐가 핵심입니다. 윤석열 권력의 실패는 국민의힘이 제대로 여당 역할을 못한 데서부터 기인한 겁니다. 이재명 정권이 과연 그걸 담보해낼 수 있겠느냐, 만약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그건 민주당의 실패일 거고, 민주당의 실패는 결국 이재명 권력의 실패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김문수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아쉽죠. 인간적으로야 올곧고 또 원칙주의자고, 그만한 희생을 하신 분도 적지 않죠. 문제는 시대 흐름을 적절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역할 및 기능을 실행하느냐는 건 별개라는 겁니다. 흔히 얘기하는 케미스트리, 궁합이 맞아야 본인도 좋고 공동체도 좋은 겁니다. 김 후보의 등장은 윤 전 대통령의 등장과 어떻게 보면 괘를 같이 합니다. 이번 대선은 김문수 후보나 국민의힘엔 책임과 희생의 대선입니다. 책임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입니다. 자진 탈당의 모습으로 정리하면서 결과는 같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소모적이었고 정치적으로도 이득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후보가 되는 순간 절차에 따라 바로 진행했어야 했습니다. 그게 바로 책임의 모습입니다. 집권 여당으로 대통령의 실패를 어찌되었든 함께 했다는 것은 칭찬받을 일은 아니거든요. 두 번째는 희생인데 김 후보도 3년 임기만 하겠다, 체제 업그레이드, 제도적 기반만 마련하고 2028년에 총선과 대선의 주기를 맞춰놓고 퇴진하겠다고 했죠. 저는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든 이게 공약이어야 된다, 그게 책임이고 희생이다, 그래야 국민들에 선택을 해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는 되지 않느냐고 말해왔습니다. 김 후보가 이를 공약화했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의 단일화까지 이어졌으면 뒤집는다는 얘기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경쟁은 한번 해볼 만한 디딤돌은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김문수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다 아시겠지만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가 더 중요한 분들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양쪽에 많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책임과 희생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수가 다시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윤 전 대통령의 돌발 등장에 따라 보수가 회복된 걸로 착각을 하게 된 건데 오히려 그래서 더 나락으로 추락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덜커덕 권력을 잡게 되면서 3년 만에 누가 밀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넘어지는 결과를 가져온 겁니다. '보수의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보수는 수도권에서 거의 소수 정당화됐습니다. 이념적이든 지향적이든 보수의 가치가 좀 더 왼쪽으로 이동을 했는데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은 그걸 받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4년 총선때 확인이 됐는데, 2012년 총선 이후 계속 진행돼온 흐름입니다. 2012년 총선때 지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121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줄어 지금은 100석 언저리에 불과합니다. 그 중 60여석이 영남입니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이 80여석인데 20여석 빼면 다 영남이라는 얘기입니다. '영남 자민련'으로 축소된 거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 'TK 자민련'으로 더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수의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결국은 인위적이든 스스로에 의해서든 세대 교체가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을까요. 이 역시 책임과 희생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합니다. 윤석열 권력 실패에 대해 왜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이가 한 분도 없습니까? 그런 면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주류와는 궤를 달리하는 배경을 가진 70년대생, 80년대생인 이준석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보수의 새로운 가치는 새로운 인물로 투사되는데 이 두 사람 정도에 나타난 게 아닐까요? 기성 세대가 책임과 희생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하면 새 살이 돋고 새로운 싹이 틔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준석 후보가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십니까?

"이 후보는 10 년 이상 정치권에서 있었습니다. 경험과 훈련은 충분함 이상이 아닐까 싶어요. 다만 새겨보고 좀 고민해 봤으면 하는 것 중 하나는 방송 출연을 자제하란 겁니다. 자꾸 평론가 식이 되는 것 같아서입니다. 지금 이 후보는 플레이어인데 평론식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자신의 역할이 애매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어떤 가치와 지향을 갖고, 그러니까 무엇을, 왜 해야 되는지를 말해야 되는 사람입니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그런 면이 조금 나타났습니다. 이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시간은 그의 편이라는 겁니다. 10년 플러스 기간동안의 경험이 자산인데, 지금은 저는 과도기라고 보는데 이번 대선이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본인을 한번 되돌아보고 본인이 갖는 위치에 걸맞은 가치와 지향을 정립하는 시간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보수의 차기 주자로 한동훈 전 대표를 꼽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 전 대표가 보수의 새 리더가 되려면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한 전 대표 같은 경우도 윤 전 대통령의 등장과 파멸의 궤를 같이 한다고 봐야 됩니다. 극적으로 같이 출발하고 권력의 황태자로도 불렸지만 그 권력의 종말과 붕괴앞 윤석열 부부와의 절연을 통해 극적으로 변신했습니다. 이게 한동훈의 정치적인 자본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치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이는 시간과 경험, 그리고 고통이 좀 필요한 일입니다. 이건 학습의 대상이 아닙니다. 정당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당 없이 현대 민주주의가 불가능합니다. 한 전 대표는 가장 짧은 기간에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 등 정당의 대표를 두 번 했습니다. 기네스북감 기록입니다. 정치와 정당은 협업의 예술입니다. 한 전 대표가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현장에서의 경험과 함께 쌓여져야 될 부분이라고 봅니다."

- 제왕적 대통령제뿐만 아니라 제왕적 국회도 문제입니다. 정치개혁과 개헌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개헌은 모든 후보들이 한마디씩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구체화되는 게 없어 아쉽습니다. 계엄과 탄핵의 문제는 '87년 체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결함을 다시 한번 노정시킨 겁니다. 입법 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대립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것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는 쪽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겁니다. 이는 결국 국회의 권한과 기능이 더 강화된다는 뜻입니다. 제왕적 국회고, 제왕적 제1야당 대표죠. 만약 이재명 정권이 출범할 경우에는 입법과 행정이 일체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안 생기긴 하지만 국회가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이 높아지죠. 문제는 지난 윤석열 3년처럼 대통령 권력과 입법 권력이 완전히 대립했을 때입니다. 계엄과 탄핵이 그 최악의 결과죠.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다라는 부분이 아쉬워요. 개헌만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입니다. '국민의 체온이 느껴지는 국회'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 차이는 5%포인트 남짓입니다. 이를 의석으로 반영하게 되면 15석 차이가 나야 돼요. 그런데 현실은 70석 차이가 납니다. 수도권은 더 심하죠. 양당 모두 현행 (소선거구) 선거 제도의 수혜자인데 민주당이 훨씬 더 큰 수혜자입니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5% 내외의 득표율 차이지만 의석 수는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죠. 그런 면에서 근본적인 문제 즉 입법 권력과 대통령 권력의 대립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문제, 그 다음 대통령 권력의 분산과 더불어 국회의 책임성과 민주성, 대표성과 비례성을 어떻게 함께 가져갈 것이냐가 논의돼야 되는데 대통령 권력 분산만 얘기가 되고 국회 쪽에 대한 얘기는 없습니다. 솔직히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권력의 분산은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이죠. 자신들의 가치가 그만큼 상승하는 거니까. 국회가 대표성있게 구성돼 있느냐 그리고 국회가 그만큼 책임을 지고 있는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이 썩 시원치 않습니다. 정치개혁의 첫 번째는 국회가 대표성있게 구성돼야 한다는 겁니다. 정확하게 득표율만큼 의석수로 전환되지는 않더라도 이 간격이 가능한 좁아야 됩니다. OECD 국가 중 우리가 의석 불비례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예요. 결국 양당 기득권이 악순환 재생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개혁, 개헌의 입구고 대통령 권력 분산과 임기 조정은 정치개혁의 출구입니다. 개헌을 통해 정치개혁이 완성되는데 지금 개헌 논의는 제일 뒤에 가 있는 얘기를 제일 먼저 꺼내고 있는 식입니다. 만약 이재명 권력이 출범한다면 선거제도부터 개혁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5개 광역시도의 단체장 결선투표부터 도입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중대 선거구제로 확대하면 됩니다. 이는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건데 특히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득표율대로 수도권 의석을 배분한다면 지금 민주당 의원들 중 30~ 40%는 의석을 장담 못합니다. 국회의 권한과 기능이 강화되는데 거기에 따른 대표성과 책임성과 민주성은 따라가지 못하거나 오히려 뒤로 간다고 한다면 정치개혁은 실패하는 거죠."

- 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적 갈등을 풀고, 정치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계엄과 탄핵 이후 지난 7개월여 동안 정치는 민폐가 됐습니다. 국민 삶을 개선하고 선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존재 자체가 방해가 된 겁니다. 국가 공동체가 상당히 위기에 직면해 있는 거죠. 정치의 역할, 정치 리더십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통합의 구심점입니다. 누가 정권을 잡든 통합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리더십은 통합의 구심점이어야 되지만 정 반대로 갈등의 한 축이 됐던 게 지금까지의 경험입니다. 그러니까 실패했죠. 두 번째는 미래 준비의 선도 역할입니다. 당장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수 년 후, 또는 수십 년 후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놓는 겁니다. 이에 대한 고민이 정치 리더십이어야 됩니다. 정치 리더십은 무엇을, 왜 해야 되느냐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어야 됩니다. 어떻게의 문제는 정당과 관료들이 준비할 수 있는 수단에 관한 영역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이 두 가지가 다 망가지거나 완전히 흐트러진 거죠. 이렇게 국민 민폐의 정치가 됐으니까 당연히 신뢰가 없는 겁니다. 저는 국민의 체온이 느껴지는 국회 구성이 신뢰 회복의 출발이라고 봅니다. 국회가 국민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국회가 국민을 대리해 결정을 내린다는 것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건 당연하죠. 양당은 정치적 양극화의 최대 수혜자들로 갈등을 어떻게 보면 악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이와 함께 정상화된 리더십, 업그레이드된 정치가 가능한 제도적인 정비가 국민 신뢰를 얻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 시대정신이라고 봅니다."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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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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