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총수도,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도 구속되는 마당에 어느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겠습니까."
외국계 투자기업(외투기업) 한국 유치 기획기사를 취재하던 과정에서 들은 얘기다. 이전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이 노동법 위반 혐의로 출국 정지를 당할 당시에도 숱하게 들었던 내용이라 새롭지도 않았다. 수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하소연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CEO의 사법 리스크는 쟁점 중 하나다. 법을 어긴 CEO를 봐주자는 것이 아님에도, 왜곡된 반대 논리가 불을 지핀다.
주요 후보들은 이번 대선 공약으로 '경제 살리기'를 내세웠다. 인공지능(AI)·인프라 투자 뒷받침과 규제 혁파를 통한 인센티브 지원이 주요 골자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경우 "중국 베트남으로 나간 공장들을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며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기업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반가움 대신 물음표를 먼저 달고 있다. 공약 이행 여부도 미지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잔존한다는 것이다. 특히 규제 혁파의 경우 신사업 지원, 투자 인센티브 등이 주를 이루지만 현재 기업들이 목말라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린다. 노동 경직성 해소를 위한 노동 규제,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안 등 지배구조 규제 강화법이 대표적이다. CEO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지배구조 약화를 야기하는 요소들이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이사는 작년 4월 '2024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고민하는 이유로 노동 유연성, 세금 집행의 예측 불확실성, CEO 리스크 등을 꼽기도 했다.
CEO 리스크는 기업 경영 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한 예로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2월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항소심에도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실상 사법 리스크를 벗었고, 이후 이달에만 2건의 대형 인수합병(M&A) 성사와 바이오 사업을 재편하며 미래 성장 동력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M&A의 경우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의 성사인데, 그 공백기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기간과 맞물린다.
기업들은 각종 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간절히 요구해 왔지만, 오히려 족쇄만 더 채워진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면서 옥상옥(屋上屋) 규제만 늘었고, 이러한 걱정은 이번 대선 이후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주요 후보들은 '경제 강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 '규제 혁파'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기업을 압박하는 공약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으로 하청노동자 등의 교섭권 보장', '하청노동자 보호를 위한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을 내세우며 노동규제 강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상법 개정안 역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간 입장이 갈린 가운데, 이전까지 상법 개정에 찬성 입장을 보이던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이를 제외했다.
미국과 중국은 통상을 빌미로 사실상 패권 경쟁에 돌입했고, 글로벌 기업들은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AI 시대'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센티브'와 '규제'를 '당근과 채찍'에 대입해 기업들을 다뤄서는 안된다. 정부가 할 일은 이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인재·자본이 자발적으로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대명사처럼 쓰이는 '민관협'(民官協)이 다음 정권에서는 제대로 발휘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