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 돔'(Golden Dome) 구축 계획에 중국, 러시아, 북한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글로벌 군비경쟁이 가속할 조짐이 보인다. 냉전 종식 이후 수십년간 이어졌던 군비통제의 시대가 끝나고, 핵전쟁과 인류 공멸의 두려움이 상존하던 과거로의 회귀가 시작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든 돔은 우주 기반 센서 및 요격 무기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을 육상, 해상, 우주에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레이저 무기 등이 실린 공격용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띄워 적대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상승 혹은 종말 단계에서 격추하는 체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종료되는 2029년 1월 이전에 골든 돔을 실전 배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골든 돔 계획은 미국 본토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무기 기술을 지닌 북·중·러 3개국을 자극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주가 무기 배치와 무력 충돌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며 골든 돔 계획을 비판했다. 이어 북한도 27일 "우주 핵전쟁 각본"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골든 돔으로도 막을 수 없는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고 더 많은 핵탄두를 생산하는데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일각에선 골든 돔 계획이 강대국 간의 군비경쟁을 심화시켜 오히려 미국을 더욱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핵무기 전문가인 파벨 포드비그 유엔군축연구소(UNIDIR) 수석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사일 방어란 신기루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국가가 수백, 수천발의 미사일을 만들도록 몰아가면서 (서방과 중·러라는) 두 세계 모두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도록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떤 형태의 미사일 방어체계도 자국을 겨냥해 발사되는 미사일의 85%를 막아내는 게 한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 의회예산국(CBO)은 북한 등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 쏘아올리는 한두발의 미사일을 막아내는 데만 1000기가 넘는 요격 위성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기존 미사일 방어를 무력화하는 최첨단 미사일과 우주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골든 돔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WSJ은 "미국은 극초음속 무기에서 한발 뒤처져 있다"면서 "최선두에 있는 중국은 2021년 시속 1만5000마일(음속의 약 19.7배)로 지구를 한바퀴 돈 뒤 다시 중국 내의 목표물을 때리는 미사일을 시험한 바 있다"고 짚었다.

결국 골든 돔 계획은 군비 통제의 시대가 끝났고 상호확증파괴가 더는 핵전쟁을 예방하는데 충분한 억지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걸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에 가깝다.

골든 돔은 과거 냉전 시기보다 더 위험한 현실을 부를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이 평화를 반드시 담보하지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공포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는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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