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조수미의 목소리를 두고 "신이 주신 최상의 선물이다. 이는 조수미 자신에게뿐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의 자산으로 인정받은 조수미가 최근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등급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프랑스 문화 예술 또는 세계 예술 발전에 공헌한 이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다. 코망되르(Commandeur), 오피시에(Officier), 슈발리에(Chevalier) 이렇게 총 3개의 등급이 있는데 이번에 조수미는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받았다.

이 훈장은 주로 프랑스인이 받지만 외국인이 받을 때도 있다. 한국인 중에선 발레리나 박세은(2023), 배우 전도연(2009),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2000) 등이 슈발리에를 받았고 화가 김창열(2017), 영화감독 봉준호(2016), 김지운(2018) 등이 오피시에를 받았다. 그리고 2002년 당시 한국문화예술원장이었던 김정옥과 2011년 지휘자 정명훈이 코망되르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조수미가 세 번째 코망되르 수훈자가 된 것이다. 공연 예술인으로선 한국인 두 번째, 가창 또는 연주를 직접 하는 뮤지션으로선 한국인 첫 번째의 주인공이 되었다.

플뢰르 펠르렝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조수미에게 훈장을 수여하며 "조수미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성악가 중 한 사람이다", "아시아 예술가가 성공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던 1980년대 서양 오페라 세계에서 장벽을 깨고 편견을 극복했다", "지난 40여 년간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인을 매혹시켜왔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 카를로 알베르토 카펠리 국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는 등 동양인으론 처음으로 국제 콩쿠르 6개를 석권했고, 동양인 최초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주연으로 공연했다. 1993년엔 최고의 여성 성악가에게 수여하는 이탈리아 황금기러기상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동양인 최초로 그래미상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도 받았다.

2002년엔 유네스코에서 세계의 평화 음악인으로 선정했고, 2008년엔 르네 플레밍, 안젤라 게오르기우와 더불어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선정되어 베이징 올림픽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프랑스 루와르 지방의 고성에서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가 열리고 있다. 이 콩쿠르에 지난해 47개국에서 500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2년 주기로 열리는데, 한국 음악가의 이름을 내건 해외 콩쿠르는 이것이 최초다. '쇼팽 콩쿠르'처럼 '조수미 콩쿠르'가 열리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조수미가 세계 문화예술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인지를 알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카라얀의 말처럼 서양 고전음악계 여러 유명인들이 조수미에게 찬사를 보냈다. 주빈 메타는 "100년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라고 했고, 플라시도 도밍고는 "오페라 '가면무도회'를 통해 만난 오스카 중 조수미가 최고 역량의 소프라노라는 데 나는 주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명실상부하게 인류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고,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불 한국대사가 프랑스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모아 한국 경제를 홍보하려 했으나 호응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로마에 체류하던 조수미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한국대사관 측이 조수미의 독창회와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었더니, 그전까지 시간이 없다던 프랑스 재계 인사들이 부부동반으로 모였다고 한다. 이럴 정도로 유럽에서 크게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조수미는 영국 에드워드 왕자 부부가 포르투갈을 방문했을 때 초청되어 영국 왕실, 포르투갈의 대통령과 주요 각료, 경제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독창회를 진행하며 한국 가곡을 부르기도 했다. 2000년에 그녀의 앨범 'Only Love'가 히트하며 포르투갈에서 최고 인기 아티스트로 선정됐다는 소식도 전해졌었다.

그녀는 지난 40여 년간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유지했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 찬물 한 잔도 함부로 마시지 않았고,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한다고 한다. 그녀가 계속 활동하고 위상을 지켜나가면 한국의 성악계와 음악계, 더 나아가 한국 자체가 더 긍정적으로 알려질 것이다. 사실상의 문화대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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