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오픈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오픈AI는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 법인 설립을 공식화했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수 개월 내에 서울에 사무소를 열겠다"고 말했다. 서울 사무소는 일본 도쿄와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지역 3번째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권 CSO는 정치권과도 만났다. 일단 오픈AI의 한국 진출은 긍정적 의미가 있다. 첨단 기술 협력의 기회이자 글로벌 AI 생태계로의 편입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오픈AI 측 역시 한국 정부 및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AI 인프라 투자와 연구개발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챗GPT로 AI 산업의 판을 바꾼 이 거대 기업의 행보는 토종 빅테크에겐 적잖은 긴장감을 안긴다. 오픈AI는 세계 최고 AI 기술력을 가진 초국적 기업으로 시장의 강력한 플레이어다. 이런 기업이 직접 한국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국내 빅테크와 스타트업, 그리고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구조적 충격을 안긴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시장은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에 의한 종속의 반복이었다. 검색은 구글, 모바일 생태계는 애플과 구글, 클라우드는 아마존과 MS, 소셜미디어는 메타가 각각 장악했다. 아직 AI 분야는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기업이 선전하고는 있지만 국내에서만 통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기술적 성숙도나 자본력에서 오픈AI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가 한국에 들어오면 'AI 주권'은 말뿐인 구호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AI의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글로벌 기술 흐름 속에서 협력과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오픈AI와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우리 기업이 '종속'이 아닌 '주도'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주도권은 영영 남의 것이 된다. 이 점에서 기술 세계는 예외가 없다. 토종 생태계 몰락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토종 빅테크가 시장을 지켜낼 수 있도록, 정부는 정교한 제도 설계와 실질적인 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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