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향한 무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국장급 통상 협의에서 미국 측은 특정 농산물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무역장벽보고서(NTE)'에 기초한 이번 요구는 통상 압박을 제도화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지난 3월 내놓은 NTE에는 한국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유전자변형작물(GMO) 규제, 네트워크 망 사용료,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차량 배기가스 규제, 약값 결정의 불투명성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망라돼 있다. 쌀 역시 추가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정부는 후속 협의에 대한 입장 정리와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한 상태지만, 협상의 본격적인 추진과 최종 타결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간다. 데드라인은 오는 7월 8일로 정해져 있어 일정이 빠듯하다. 이처럼 정치적 공백기에 민감한 사안을 집중 제기하는 방식은 한국의 전환기적 상황을 활용해 유리한 협상 조건을 관철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미국 측 요구에 대해 "다 들어줄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보다 분명한 원칙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전략적 협력은 필요하지만 그 전제가 되는 것은 국익에 대한 단호한 기준이다. 이익이 맞는 부분은 조율하되, 명백히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는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양보와 수용은 협상의 기술이지, 의무가 아니다. 특히 산업 경쟁력은 물론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사안은 결코 흥정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이번 협상은 단순히 일부 품목의 개방 여부를 넘어, 한미 간 통상 질서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요구가 진정한 상호주의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 시장의 일방적 개방만을 압박하는 수단인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국익을 지키겠다는 원칙만큼은 정권과 정당을 넘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한국은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압박이 아무리 거세도, 국익을 지키는 선은 단호히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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