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6·3대선이 다가올 수록,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이 거세질수록,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어느 분야 건 마찬가지겠지만, 경제에 있어 예측 불가능은 치명적 독(毒)이다. 경험으로 입증된 명제다.
확실한 것도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상황 인식이다. 전례 드문 퍼펙트스톰이 코 앞에 닥쳐있고,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하며, 효과적인 처방전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허리 띠를 바짝 졸라메고 똘똘 뭉쳐 '금 모으기 운동'급 대처에 나선다고 해도 돌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아도 우리 경제의 현실은 엄중하다. 고질적인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무역 전쟁 파고까지 겹치면서 수출도 휘청이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고, 자영업자는 '더는 못 버틴다'며 줄 폐업을 하고 있다. 대선 후에도 이어질 정치적 불확실성도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이러다 보니 외국인 투자유치도 급감하고, 국내 자금은 앞다투어 한국을 탈출하고 있다. 경제 첨병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마저 엔비디아 등 경쟁자의 미래 성장 파티를 바라만 보고 있다.
해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하루살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먼 미래는 그려지지도 않는다. 국가채무와 가계부채는 연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나라도 기업도, 가계도 쓸 돈이 없다는 얘기다. 공공 부문과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가계도 지갑을 열어야 수출과 내수가 살아나는 데, '쓸 돈'이 없다.
한국은행이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언발에 오줌누기다. 경기 부양은 재정(추경 등)과 통화정책(금리 조정 등)이 자전거 두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효과를 낼 수 있다. 대선 후 추경을 외치고 있지만, 빡빡한 곳간에 풀 돈이 넉넉치 않다.
그래서 일까. 경제만 놓고 보면 이번 대선에 거는 국민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그냥 '제발 살려달라'고 아우성만 칠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 등 유력 후보들의 구호만 놓고 보면 이번 선거는 확실히 '경제 대선'이다. 모두 경제 회복과 성장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투자 100조원, 3대 AI 강국, 코스피 5000 돌파 등…. 요란하고 거창하다. 하지만 구체적 숫자와 실천 전략은 쏙 빠져있다. 그러니 울림이 크지 않다. 국민에게는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질러 노믹스'에 불과하다.
후보 스스로도 헛구호, 헛공약임을 자인한 것일까. 선거판은 돌고 돌아 다시 이념을 잣대로 '내 편 네 편'만 따지는 정치 대선으로 변질됐다.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한다. 아니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경고한다. 포퓰리즘 유혹에서 탈출하라. 국민 앞에 솔직해져라. 지금이라도 경제 회생에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는 공동 선언문을 작성하라. 정치적 야심으로 경제를 오염시키지 말라. 냉철한 경제의 눈으로 정치를 치유하라.
대선 승자에게도 권한다. 어차피 지키지 못할 경제 공약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라. 현실성이 없다면 리셋하라. 다행히(?)도 우리 국민은 정치인의 공약 파기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다. 진정성이 있다면 국민도 용인할 것이다. 그래야만 나라가 산다. 취임 후 1호 법안은 당연히 경제 살리기가 돼야 한다. 경기 침체, 통상 전쟁 등 발등의 불 앞에서 한국 경제는 당장 성장 엔진을 돌릴 힘조차 없다. 차기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을 갖게되는 '6월 4일 오전'부터 경제 전쟁의 총사령관으로 전면에 나서야 한다.
최근 만난 한 경제계 인사는 요즘 과거 인연을 정리하고 있다. '내가 왕년에'를 외치는 '꼰대'들이 우선 정리 대상이다. 그는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과거에 매몰된 사람에겐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치, 정치인도 그래야 한다. 과거에서 탈출해 오늘의 '먹사니즘', 내일의 '잘사니즘'을 얘기해야한다. 도전과 혁신을 얘기해야 한다. 그 잣대는 이념이 아닌 실용과 포용, 그리고 성장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중병에 걸린 우리 경제가 숨 쉴 구멍이라고 찾을 수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그 순간부터 당장 실행해도 결코 이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