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분원·대통령 제2 집무실 세종시 이전 절실 양원제로 미래전략·세계경영 정치시스템 구축을 충청광역연합, 지역 현안 해결 기폭제 역할 기대 AI시대 위로·치유 중요… '정원도시 세종' 육성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세종시 제공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개헌과 관계 없이 우선 대통령 제2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분원을 세종시로 옮겨서 실질적인 행정수도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은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금이 국가 대혁신을 위한 최적의 시점"이라며 "행정수도 완성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명확히 반영해야 하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공약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회 분원과 대통령 제2 집무실을 세종시로 이전해 행정수도로서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이후 개헌을 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담 = 송신용 세종본부장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미래다'라는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다. 비전을 소개해 달라.
"대한민국은 현재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정치적 양극화다. 작금의 상황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진영으로 나뉘어 내란 수준에 이를 정도로 갈등이 심각하다. 둘째는 저출산·초고령화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는 '세종시'에 있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도권에 몰린 좋은 교육기관이나 대기업 같은 자원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세종시는 바로 그 목적으로 탄생한 도시 아닌가. 대통령실과 국회를 조속히 세종시로 이전해 제2의 수도로서 기능을 완성해야 수도권 과밀 문제가 해소된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다."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 구체적 방안은?
"'투 트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여야 모두 국회의사당과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자면 개헌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수도 이전만을 목적으로 개헌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헌을 하려면 권력 구조 개편이나 대통령 임기제 같은 여러 복잡한 사안을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들이 쉽게 합의되겠느냐는 회의가 든다. 이러한 등식은 옳지 않다고 본다. 개헌과 행정수도 이전을 한데 묶어서 추진하려 하기보다, 두 사안을 분리해서 각각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저마다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을 약속하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우선 개헌과는 별개로 대통령 제2 집무실과 국회 분원부터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그래야 세종시가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기능하고, 이에 따라 인력과 자원도 자연스럽게 수도권에서 옮겨온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세종시를 '수도'로 지정할지, '제2수도'로 둘지 논의가 가능하다. 중요한 건 순서다. 세종시가 먼저 행정수도로서의 역할을 해낸 뒤 나머지 기능을 추가로 이전하고 헌법 개정을 하든, 말든 실질적 행정수도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이게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믿는다."
-국회의사당의 세종 이전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국회와 의원 개개인의 의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번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위원들이 세종시를 방문해 확약을 했다. 로드맵을 조만간 완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2025년 연말까지, 늦어도 2031년까지는 반드시 이전하겠다는 것이 현 국회의장의 입장이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물론 의장이 바뀔 수도 있지만, 세종의 국회 부지는 이미 여의도의 두 배 규모로 확보된 상태다. 필요한 건 실행뿐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지역 의원들이 과연 세종으로 오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의원마다 입장 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 문제는 개인 의견을 넘어선 국가적 과제다. 대통령 후보들 모두가 공약으로 세종 이전을 약속한 만큼, 국회 이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개헌공론화와 관련, 권력 독점의 폐해를 없애자는 차원에서 상하원 논의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과 맞물려 이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2023년 2월 말 세종시장으로서 행정수도 개헌과 함께 양원제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6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다. 그런데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양원제를 채택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터키, 스위스 정도뿐이다. 대부분 양원제를 채택하는 이유는 국가 규모에 걸맞은 신중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단원제다. 국회의원 300명 중 151명만 찬성하면 어떤 결정이든 가능해 정치적 불안정과 혼란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투자자에게 세종시 투자를 제안했지만, 그는 '한국은 법이 너무 자주 바뀌어 예측이 어렵다'며 주저했다. 이처럼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부족하면 외국인 투자 유치나 국가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 시장은 "양원제를 도입하면 의사결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가 미래 전략과 세계 경영을 담당할 정치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원은 국내 정치를, 상원은 갈등 조정과 세계 전략을 맡는 역할로 기능을 분담하는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히 "세종시와 여의도에 각각 국회 기능이 분산되고, 대통령실도 제1·제2로 나뉘는 상황에서는 상·하원제를 도입해 이원화하는 게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야말로 양원제를 논의할 때"라고 거듭 역설했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이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 당위성과 충청권 광역연합 출범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강승구 기자
-세종시를 한글문화 도시로 만드는 일을 착실히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성과가 컸는 데 과제 또한 적지 않을 것 같다.
"세종시는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도시인만큼, 자연스럽게 한글과 연결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한글문화도시는 세종시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어와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경험할 중심 도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역할을 세종시가 맡을 수 있다. 수도 기능을 갖췄고, 국토 중심에 있으며, 세종대왕의 이름을 간직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러한 제안을 수용해 국제한글문화교육원을 국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고, 한글 놀이터와 한글학당 등도 세종시에 유치하려고 협의하고 있다."
-충청광역연합이 출범했다. 대전과 충남은 행정통합을 추진하는데 세종시의 역할이 있지 않겠나?
"충청 광역연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충북에서 청주공항을 민간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는데, 저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이건 단순히 청주나 충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청광역연합이 주도해야 할 사안이다. 행정수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종시 만의 문제를 넘어 충청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관광도 특정 도시만의 몫이 아니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2027년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다.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으로 유치한 이 대회는 사실상 충청 광역연합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과 다름없다. 규모가 크고 광역 단위의 과제는 이제 충청권 전체 이름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광역연합과 행정통합을 혼동해선 안 된다. 광역연합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협력체를 구성하는 것이고, 행정통합은 자치단체들이 기존 실체를 없애고 하나의 단체로 통합되는 것이다. 현재 대전과 충남이 논의 중인 행정통합은 새로운 단일 자치단체를 만드는 것으로, 광역연합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건 필요하면 하는 것이고, 충청 광역연합은 그와 무관하게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세종시 현안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원도시박람회 문제로 단식농성까지 했지만 의회에서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본다. 지방뿐 아니라 국비까지 확보된 사업을 의회가 무산시켰다는 것은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원도시박람회를 처음 제안하고 앞장섰던 곳은 세종시다. 그런데 정작 세종시는 유치에 실패했고, 오히려 다른 자치단체들이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정원 축제를 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열린 정원 축제만 해도 21개에 달한다고 하니…"
-정원에 천착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앞으로 정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는 52%의 녹지비율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은 기계와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힘들 때 위로와 치유를 얻기 위해 매번 산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그 대안이 바로 '정원'이다. 기계와 AI가 일상화될수록 인간은 자연과 더 친화적이어야 하고, 자연 속에서 회복을 얻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AI와 정원', '기계와 자연'이라는 흐름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분야는?
"세종시장에 취임하면서 미래 비전을 5개 분야로 제시했다. 첫째는 '행정수도', 둘째는 '한글문화도시', 셋째는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처럼 만드는 '박물관도시', 넷째는 '정원문화도시', 마지막은 '스마트시티'다. 2023년에 이 5대 비전을 발표했지만,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한글문화도시나 박물관도시 같은 경우도 이제 겨우 기반을 다져가는 단계다. '용비어천가' 사업을 포함해 여러 시도들을 시작했고, 이왕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시대의 정치 성격, 구조 모두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정치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 방향은 미래지향적이고 세계를 향해야 하며, 갈등을 해소하고 의사결정을 보다 신중하게 하는 구조여야 한다. 또 정치 문화의 변화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도덕성과 진정성, 품격은 갖춰야 한다. 이러한 정치인의 자세를 매개로 정치 구조와 문화를 함께 바꿔나가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