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에 출연한 판사 출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진행자 김어준씨(왼쪽), 2024년 4·10 총선 기간 당시 국민의힘 김종혁 경기 고양병 국회의원 후보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일산 유세를 앞두고 함께 사진 촬영한 모습(오른쪽).<박범계 국회의원·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친명(親이재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제21대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죄)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 후 대법원을 비난하며 추진해온 대법관 증원 입법에 '법조인이 아니어도 대법원 임용 가능'하도록 한 내용이 더해졌다가, 일단 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에선 "김어준 대법관법" 비판으로 무자격 대법관 증원을 막아냈단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당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하루 만인 24일 이재명 후보가 "비(非)법률가에게 대법관 자격을 주는 건 신중해야 한다"며 섣부른 입법이란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경기 부천의 한 대안학교에서 기자들을 만나 "(개정안이) 민주당의 입장이거나 제 입장은 아니다. 개별 의원들의 개별적인 입법 제안"이라며 "당내에도 그런 문제는 자중하라고 오늘 아침에도 지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내란을 극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 국민들이 우리나라 운명을 들고 판단하는 시점인데 불필요하게 논쟁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이 아니'란 해명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이자 4선 중진인 박범계 의원은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최대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전날(23일) 대표발의했다.
이는 앞서 같은 당 '강성 친명' 장경태 의원이 대법관 100명으로 증원 법안, 김용민 의원이 30명으로 증원 법안을 각각 낸 데 이은 것이다. 이들을 비롯한 친명 주류·중진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다시 이름을 올린 가운데, 박범계 의원은 "대법관 임용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한다는 골자를 제안이유로 밝혔다.
현행법상 대법관 임명 조건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공공기관이나 법인의 법률 사무에 종사한 사람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으로 모두 법조인에 해당한다. 전날 박범계 의원의 법안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민주당이 법조인 자격 없는 사람을 대법관하게 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선후보가 24일 경기 시흥시 배곧아브뉴프랑센트럴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연설하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사진>
특히 그는 "(친민주당 방송인 겸 유튜버) 김어준같은 사람들을 대법관 시켜서 국민들 재판하겠다는 것"이라고 정파적 사법을 우려했다. 이날 이 후보가 '자중하라고 지시했다'는 입장을 보이자 한동훈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제가 '김어준 대법관법'이라고 이름붙인 무자격 대법관 증원 입법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며 "우리가 상식과 의지로 싸우면 이깁니다"라고 페이스북으로 일침을 가했다.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대법관 숫자를 30명으로 늘이고 비법조인도 임명한다는 당초 방침을 '본인 뜻도 아니고 민주당 의견도 아니'라며 발을 뺐다. 한 전 대표가 '김어준 대법관법'이라고 포문을 연 뒤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부랴부랴"라며 "민주당이 아무리 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도 우리는 막아낼 수 있다"고 가세했다.
이 후보의 선 긋기에 대해선 "그런데 법안 대표 발의자가 박범계 의원 아닌가. 이 후보의 분신처럼 여겨져왔는데 후보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혼자 저질렀단 말이냐"며 "(대장동-화천대유 개발비리 의혹 이후) 고 김문기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모른다던 이 후보의 말이 떠오른다. (경기도·쌍방울그룹) 대북 불법송금도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가 혼자 한 거'라면서"고 꼬집었다.
그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친다'는 중국 고사처럼,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은 후보도 아니고 토론 상대도 아닌 한 전 대표에게 혼쭐이 나고 있다. '커피 원가가 120원인데 8000원~1만원을 받으면 삼성 이재용도 커피숍한다'는 지적도 이 후보와 민주당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며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걸 국민께 설명하고, 용기있게 맞서 싸워나갈 제대로 된 정치인"의 역할을 자임했다.
1988년생 청년정치인인 친한계 김준호 국민의힘 전 대변인(전 서울 노원을 국회의원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으로 "(제가) 대법관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민주당의 비법조인 대법관 임용 시도 불발을 꼬집었다. 그는 재차 "불행 중 다행이지만, 출세의 길을 하나 잃은거 같아 씁쓸하기도 하네요"라고 비꼰 뒤 "상식이 몰상식을 이기는 것이 당연한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민주당에 날을 세웠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이날 김문수 당 대선후보를 향해 재차 "우리(보수정당)를 지지할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친윤(親윤석열) 구태, 윤석열·김건희라는 큰 장벽을 허물어줘야 한다. 그렇게 친윤 구태청산하면 우리 당 지지율 크게 올라간다고 확신한다"며 "부정선거 음모론, 극우(강성 친윤·계엄 옹호 등) 유튜버들과 절연해야 이런 이슈로 이재명 비판할 수 있다"고 극단과의 절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