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나이를 따질 때 "무슨 띠냐"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열두띠는 쥐, 호랑이, 용 등 열두가지 동물로 해를 기록하는 것으로 띠가 같으면 동년생이거나, 아니면 위아래로 12살, 또는 24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열두 동물은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다. 이는 동아시아의 율력(달력) 체계에 사용되는 간지(干支)에서 뒤쪽에 붙는 열두 가지인 '십이지'(十二支)에 상응한다. 십이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로 자는 쥐, 축은 소 등에 해당하는 식이다. 간지에서 십이지 앞에 붙는 십간(十干)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를 말한다. 십간은 하늘을 의미한다고 해서 천간(天干)이라고도 한다.
십간과 십이지를 조합해 하나의 간지가 만들어진다. 십간의 첫번째인 '갑'과 십이지의 첫번째의 '자'를 조합해 '갑자'가, 그 다음으로 십간의 두번째인 '을'과 십이지의 두번째인 '축'이 결합해 '을축'이 된다. 이런 순서로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계해의 순서로 모두 60개의 간지가 형성된다.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간지가 60년만에 되풀이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태어나 60년만에 맞는 '환갑'(還甲), '회갑'(回甲)은 '60 갑자가 다시 돌아왔다'는 뜻이다.
연도뿐만 아니라 월(月)과 일(日)에도 간지가 부여되는데, 연도의 간지를 '세차'(歲次)라고 하고 월의 간지를 '월건'(月建), 일의 간지를 '일진'(日辰)이라고 한다.
사주(四柱), 사주팔자(四柱八字) 또는 사주명리(四柱命理)는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통해 그 사람의 운명을 해석하고 미래를 예지하려는 점복학의 일종이다. 사주는 태어난 년월일시(年月日時)를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의 조합으로 풀어낸 것이다. 운명을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이라는 의미로 각각 연주(年柱), 월주(月柱), 일주(日柱), 시주(時柱)라 한다. 이 사주(四柱)가 구성하는 글자의 수가 모두 8자여서 팔자(八字)로 부르게 됐다. 이를 음양의 오행과 연관시켜 사람의 운명을 풀어낸다. 가령 1948년 8월 15일 12시에 태어난 남성이라면 육십갑자를 한자로 표기해 날짜를 표시한 만세력(萬歲曆)으로 따져 술자(戊子)년, 경신(庚申)월, 임신(壬申)일, 병오(丙午)시가 사주팔자다.
그럼 열두띠는 도대체 언제 생겼으며 동물들은 어떻게 선정됐을까? 열두띠로 해를 세는 방법은 중국 남북조시대에 이미 성행했다. '북사'(北史) '우문호법'(宇文護法)에는 우문호가 어머니께 보낸 한 통의 편지가 기록돼 있는데 그 가운데 "예전에 무진천에서 너희 형제를 낳았는데, 큰 애는 쥐띠, 둘째는 토끼띠, 너는 뱀띠다"라는 구절이 있다. 당시에 이미 열두띠가 사용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열두띠의 기원으로는 유목민족설, 원시 토템설, 동물의 외적 습성설 등 아직도 분분하다. '유목민족설'은 열두띠가 소수민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당서'(唐書)에는 "(소수민족인) 힐알사국에는 열두 동물로 해를 기록하니 인(寅)에 해당하면 호년(虎年)이라 부르는 식이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원시 토템설'은 원시 사회의 토템 숭배에서 열두띠가 유래된 것으로 본다. 말 양 소 닭 개 등 인간이 의지하는 동물, 호랑이 뱀 등 두려워하는 동물, 개 등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동물에 대한 숭배가 십이지를 낳았다는 것이다.
'동물의 외적 습성설'은 열두띠의 내력과 순서를 동물의 곁모습과 연결시킨다. 홍손(洪巽)의 '양곡만록'(陽谷漫錄)은 열두띠의 순서가 동물들의 발톱수가 홀수인가 짝수인가에 의해 결정됐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자(子)에 해당하는 쥐는 발가락이 5개인데 비해 소는 4개다.
이밖에 열두띠가 고대 인도 천축에서 전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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