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경찰들이 시위대가 봉쇄한 고속도로 구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파나마 경찰들이 시위대가 봉쇄한 고속도로 구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미주 대륙 내에서 강성 노동조합으로 잘 알려진 파나마 건설노조가 사회보장기금 개혁안 폐지를 위시한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시위와 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나마 정부는 일부 지도부의 자금 횡령을 문제 삼아 노조의 법적 지위 취소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고, 노조위원장은 외국 대사관에 피신한 채 망명을 타진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는 추세입니다.

2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파나마 대통령실은 노조원 4만명 규모 건설노조(Suntracs)에서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횡령과 돈세탁 혐의를 수사기관에서 확인했다면서, 노조의 법적 지위를 취소하고 폐쇄 수순을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파나마 정부 당국은 전날 관련 기자회견에서 "건설 노동자를 희생시키면서 조직 일부 세력에 유리하도록 법적 구조를 이용했다"면서 "지도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 불안정을 야기하는 축으로 노조에 의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특히 건설노조 지도부를 향해 "국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마피아"라고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건설노조 지도부 1명(하이메 카바예로)을 체포한 파나마 검찰은 핵심 의사결정권자인 사울 멘데스 신병 확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멘데스 위원장은 현재 파나마 주재 볼리비아대사관에 있으며, 볼리비아 당국에 망명을 요청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검찰의 신병 확보가 노동권 침해라고 비판하며, 정부에 노조 지도자들의 석방과 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파나마에서는 최근 수주째 사회보장기금 개혁안 폐지, 미국·파나마 안보 양해각서 효력 정지, 광산 개발 중단 등을 앞세운 노조의 파업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건설노조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건설노조 측은 사회보장기금 개혁안이 연금 지급액을 줄이고 정년을 연장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모두 합법적 틀 내에서 이뤄진 국정 운영 사안이거나 노조와의 협상이 불필요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노조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위는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단지 건설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육, 보건, 농업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생, 교사, 환경운동가들이 시위에 동참하면서 반정부 정서가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수도 파나마시티뿐 아니라 주요 지방 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190명 이상이 구금됐으며, 전날엔 고속도로를 봉쇄한 노조원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가스를 발사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HPH 컨소시엄)의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건설 사업도 한때 일부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HPH 컨소시엄은 건설노조 파업 기간 결근자에 대한 급여 미지급 방침을 밝힌 바 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현재 파나마에선 복합적인 이슈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군사 협정에 대한 반발은 반미 정서와 결합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시위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와 노조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위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중재와 내부적인 대화 채널의 복원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또한 이런 사태는 파나마뿐만 아니라 중남미 지역 전체의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유사한 갈등 양상이 다른 나라에서 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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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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