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장회익 지음 / 청림출판 펴냄
과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지성사의 흐름을 다룬 책이다. 물리학자인 저자는 중기 조선시대의 학자인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부터 뉴턴, 데카르트, 스피노자, 볼츠만,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등 인물 중심으로 인류가 어떻게 앎의 지평을 넓혀왔는지를 조명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자연과학과 고전역학, 양자역학을 지나 생명을 다시 정의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 지혜의 역사를 '심우십도'(尋牛十圖)에 빗댄다. '심우십도'는 중국 송나라 곽암이 쓴 선(禪)불교의 서적으로, 소년이 소(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열가지 장면으로 그린 우화다.
둘째, 이론물리학에서 시작해 '앎'과 '생명'이라는 주제를 평생 붙든 끝에 철학적 성찰에 도달하게 된 저자의 연구 인생과 그 성과를 앞서 언급한 인류의 지성사에 포갠다. 근대 이전 자연철학에서 시작해 오늘날 분과 학문들의 갈래를 단계별로 섭렵한 다음 다시 통합 학문으로서의 자연철학으로 돌아가는 길을 밟는다. 지성사의 열가지 전환점은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맥락을 형성하며, 통합적 앎이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은 장현광의 저서 '우주설'과 '답동문', 중국 주돈이의 '태극도설', 뉴턴과 데카르트가 연 고전역학부터 양자역학까지 동서양을 아우른다. 지성의 변곡점 열가지를 담은 각각의 챕터들은 세개의 층위로 전개된다. 첫째는 '역사 지평'으로, 인류 지성사의 진행 과정속에서 어떤 계기로 어떤 지적 폭발이 탄생했는지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나간 역사적 층위다. 둘째는 '내용 정리'로, 저자가 이러한 역사에서 태어난 새로운 학문들의 핵심을 어떻게 짚어내고 또 정리했는지를 정교한 수식을 곁들여 소개하는 내용적 층위다. 셋째는 '해설 및 성찰'로 지금까지의 내용들을 쉽게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흐름들이 지닌 의미를 보다 깊게 고민한다.
저자는 이른 바 '전문가 바보'가 생겨난 오늘날의 학문 토양에 대한 반성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철학적 질문들을 자연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평생에 걸쳐 앎을 진지하게 추구한 학자가 들려주는 진리와 인생의 지혜를 만나게 된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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