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F ETF, 은퇴시점 고려해 안전·위험자산 배분
수익률 8%대… 재정상황·선호업종 반영 어려워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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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결합한 'TDF ETF'에 주목하고 있다. 직접 운용 수요가 늘고 실적배당형 상품이 확대되는 가운데, 낮은 보수와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TDF ETF가 새로운 연금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15년 말 126조원이었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4년 말 431조7000억원으로 급증하며, 10년간 242.6%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유형별 비중은 확정급여형(DB)형이 215조원(50.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는 확정기여형(DC)형 114조원(26.6%), 개인형 자산종합관리계좌(IRP)가 99조원(23.1%)으로 집계됐다.

DB형 비중이 여전히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반면 DC형은 점진적으로, 개인형 IRP는 빠르게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의 유형별 연평균 증가율을 비교하면 IRP 적립금은 31.5%로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전체 적립금은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다. 특히 DB형에선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며, DC형과 IRP에서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퇴직연금 운용이 점차 실적배당형 중심으로 전환되고, 투자자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장기 분산투자에 적합한 TD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ETF의 낮은 보수와 투명성을 결합한 TDF ETF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이다. 은퇴가 한참 남은 시점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키워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자산 손실 위험을 줄이는 구조다.

TDF 상품명에는 2025, 2030, 2035, 2040 같은 숫자(빈티지)가 붙는데, 이는 은퇴연령이 되는 해의 연도를 뜻한다. 가령 약 10년 후 은퇴할 예정인 50대 직장인이라면, 펀드명에 2035가 포함된 TDF에 가입하면 된다. 보통 태어난 연도에 60을 더하면 은퇴시점에 해당한다. 그간 TDF는 공모펀드 형태로 장외에서 거래돼 환매에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이를 ETF로 결합한 TDF ETF가 국내 자산운용사들을 통해 속속 출시되고 있다. TDF와 같은 운용 전략으로 증권시장에 상장돼 환금성이 좋고, 운용 현황이 납부자산구성내역(PDF)으로 매일 공개돼 투명성도 높다. 특히 연금 특화 상품인 TDF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퇴직연금 계좌의 주식 비중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TDF ETF는 지난 2022년 6월 말 국내 증권시장에 처음 상장됐다.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운용사 세 곳이 10개 종목을 동시에 상장했으나 당시엔 큰 관심을 얻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퇴직연금 운용에서 ETF 활용이 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TDF ETF를 다시 전략 상품으로 주목하고 있다.

올해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TDF ETF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세계 최초 패시브형 TDF ETF인 'TIGER TDF2024'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은퇴 시점을 50년 이상 초장기로 잡고 위험자산 비중을 99%까지 높인 'ACE 장기자산배분액티브' 등을 선보였다. 두 상품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각각 8.56%, 8.15%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TDF와 TDF ETF, ETF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상품마다 차별화를 두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보수를 보더라도 세 상품이 구별된다. TDF는 보수가 높은 편인 반면 TDF ETF의 평균 총보수는 0.75% 수준이다.

올해 출시된 TDF ETF 상품들은 평균보다 총보수가 낮게 설정됐지만, ETF 운용보수가 0.5%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총보수 측면에서 연금 확보 목적이 아니라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투자하는 일반 ETF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특정 산업이나 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면 TDF ETF보다 ETF를 선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TDF ETF는 글라이드패스(생애주기 자산배분곡선)를 반영해 설계되기 때문에 개별 투자자의 재정 상황이나 선호 투자 업종이 반영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TDF ETF도 일정 수준의 시장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어 무작정 장기투자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은퇴 시점, 투자 성향, 리밸런싱 주기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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