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도전자 입장으로 토론회 적극 활용 이번엔 앞서가는 후보로 리스크 최소화 전략 선관위 공식 토론회 제외하고 불참 거듭 토론회 과정 말실수 등 감표요인 줄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고양 일산문화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도전자의 입장에서 보다 노출 기회를 늘리고자 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서 현재의 위치를 수성하기 위해 토론 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한 모양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초청 대상 사회 분야 토론회가 진행된다. 앞서 지난 18일 진행했던 경제 분야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 토론회다.
대선 전까지 총 4회 실시되는 해당 토론회는 △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직전 각종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언론기관의 여론조사결과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만이 해당된다. 이번 토론회 초청 대상은 이 후보를 비롯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포함된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현재까지 해당 토론회를 제외한 다른 토론회를 모두 불참하고 있다. 앞서 한국기자협회가 대선후보 TV 합동 토론회를 추진했으나 날짜가 변경되면서 이 후보 측에서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불참을 통보하면서 결국 토론회가 무산됐으며, 서울시가 지난 19일 진행한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서도 이 후보를 초청했지만 불참했다.
대선 후보들이 관례적으로 참석하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도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이달 8일과 지난달 30일 각각 관훈토론회를 진행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결국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예비 후보 신분으로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 후보는 앞선 두 차례의 대선에서는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특히 이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으로 치뤄졌던 지난 2017년 당 경선에서는 당을 향해 "후보자 간 토론의 장을 최대한 보장하지 않는다면 선거 규정과 관련한 어떤 협의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을 심각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하며 충분한 토론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양자 구도로 맞붙었던 때에는 "토론을 하면 결국 싸움밖에 안 난다"며 토론이 무용하다고 주장했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민주주의와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이 제안한 '대선 후보 배우자 간 생방송 토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지난 대선에서는 이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한 검증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과거와 달라진 입지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를 넘나들며 상대 후보들과의 격차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모든 후보들이 이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첫 토론회에서도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커피 원가 120원'·'호텔경제학'·'셰셰' 등 이 후보의 과거 발언과 재판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공격을 집중했고, 이 후보는 전반적으로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발언들이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것 역시 이 후보로서는 탐탁치 않은 상황이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2017년 지방선거 당시 토론회에서 친형의 강제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까지 간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