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친명 빅텐트'로 '반명 빅텐트' 무력화
보수진영 합류로 갈수록 규모 커지는 李캠프
지나친 낙관론과 '이재명 대세론'에 일부 우려도

허은아ㆍ김상욱, 이재명 후보 유세에서 활짝. 연합뉴스
허은아ㆍ김상욱, 이재명 후보 유세에서 활짝. 연합뉴스
당초 '빅텐트'는 반이재명 진영의 프레임이었다. 하지만 '반명연대'가 지지부진한 사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오히려 선제적으로 '친명 빅텐트'를 쳤다. 그것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도보수 진영 인사들이 속속 이재명 캠프로 모여들면서 빅텐트는 메가텐트로 진화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지지율로 앞서고 있는 이 후보가 승기에 쐐기를 박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혹시 긴장감을 늦추게 될까봐 약간의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지만 '이재명 대세론'은 탄탄한 상황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서 갈라져나온 국민의당에 몸담았던 문병호·한광원·김성호 전 의원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문 전 의원 등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출신 41명은 이날 서울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야말로 민주주의에 기반한 중도실용 정책 추진의 적임자"라고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내란 수괴 혐의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합당한 처벌을 받기는커녕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반성을 통해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새출발해야 함에도 내란 정권 연장을 꿈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수 진영 출신 정치인들도 잇달아 민주당에 입당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은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참민주 보수의 길을 걷고 싶다"고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끊임없는 갈등을 빚다 탈당한 허은아 전 대표는 "무례한 무능력이 아닌 겸손한 유능함을 선택하려고 한다"며 이 후보를 지지했다. 이 후보는 영등포 유세에서 허 전 대표에 대해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고 보수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데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아 우리가 그 역할까지 해줘야겠다"며 "그 일을 같이할 분인 허은아를 모셔 왔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개혁신당에 몸담았던 김용남 전 의원, 홍준표 전 시장의 지지자모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모임 등에서도 이 후보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보수책사'로 불리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아 연일 선두에 서서 캠프를 이끌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보수 정치인 권오을·이인기 전 의원도 합류해 해당 지역에서 발벗고 득표활동에 나서고 있다.

20일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본부장단 회의에서 "이 후보의 통합 행보로 민주당의 '국민 빅텐트'가 커지고 있다"며 "내란에 반대한 애국 세력이 부패한 극우 카프텔에 맞서 이념이 아닌 국익을 위해 총집결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같은 '빅텐트'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빅텐트라는 프레임 자체가 반이재명 진영에서 시작됐는데, 정작 반명 진영의 빅텐트는 한덕수·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이탈,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방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뒤늦은 참전 등으로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대선이 불과 13일 남은 상황에서 빅텐트는 희미해지고 김문수·이준석 간 후보단일화에 기대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자신감을 얻은 이 후보는 지난 19일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을 찾아 "찢어진 가짜 빅텐트로 몰려가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데, 진짜 빅텐트 민주당으로 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가짜 보수 정당에서 고생하다 이제 제대로 된 당으로 왔다"며 김 의원을 소개했다. 그는 "국민을 대리하는 머슴들이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A 지역이냐 B 지역이냐를 나눠 싸울 필요가 있나"라고도 말했다.

반면 당내 일부에서는 이재명 대세론에 터잡은 빅텐트의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에 "'내가 안 찍어도 이재명'이라는 생각이 유권자들에게 박히면 지난 대선처럼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경계해야 하는 분위기는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위기는 자칫 선거 막판 분위기를 흐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연설, 인터뷰, 방송 등에서 '예상 득표율' 언급을 금지한다"며 "선거 결과에 대해 '낙승', '압승' 등 발언을 금지한다"고 긴급 지시 사항을 내렸다. 섣부른 낙관이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것이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안소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