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등 중도보수파 대거 민주당 합류 좌우 막론 지지기반 구축해 빅텐트 완성 빅텐트 구상하던 국민의힘은 지지부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과반 지지율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신감을 얻은 이재명 후보는 보수진영 인사들도 불러들이며 승세 굳히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기대를 모았던 빅텐트 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찢어진 빅텐트'라고 비판하며 보수 진영 인사들이 합류하고 있는 민주당이 '진짜 빅텐트'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 유세에서 "그 찢어진 가짜 빅텐트(국민의힘)에 몰려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진짜 빅텐트 민주당으로 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출신이었다가 최근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을 언급하면서는 "가짜 보수정당에서 고생하다가 이제 제대로 된 당에 왔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보수 지지층도 끌어안는 자신감있는 행보로 중도를 선점, 보수진영의 외연확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날 박근혜 서포터즈 중앙회와 자유대한민국지키기 국민운동본부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여기에 개혁신당에 몸담고 있던 김용남 전 의원, 문병호 전 의원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입당했다. 허은아 전 의원도 이 후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다 이날 전격적으로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목소리를 내던 김상욱 의원도 민주당에 합류했다. 현재까지는 드러난 모습으로는 국민의힘은 빅텐트 구축에 실패하거나 이 후보 말대로 '찢어진 텐트'에 그치고, 오히려 이 후보의 민주당이 빅텐트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있는 양상이다. 이 후보의 발언이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이 후보의 거침없는 행보는 좀처럼 깨지지 않는 과반 지지율이 뒷받침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너지경제신문 의뢰, 지난 14∼16일 조사,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50.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전 조사보다 1.9%포인트 하락했으나 여전히 50%선을 지킨 것이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주에 비해 4.5%포인트 올랐으나 35.6%에 그쳤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7%로 지난 주에 비해 2.4%포인트 상승했으나 10% 선을 넘지는 못했다.
같은 조사에서 진행된 가상 양자 대결을 가정한 지지율 조사에도 후보간 차이는 꽤 컸다. 이재명-김문수 격돌시 이재명 후보는 54.3%, 김문수 후보는 40.4%로 집계됐다. 이재명-이준석 격돌시엔 이재명 51.4%, 이준석 30.0%였다. 특히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선거때까지 계속 지지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응답이 14.5%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일부 갈등을 수습하며 세를 결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의 과반 지지율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앞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이재명 후보를 막기위해 반명 빅텐트와 함께 당 내부적으로도 탄핵 반대파와 찬성파를 모두 투표장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경선 과정에서 통합한다는 전략으로 움직여왔다. 이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대선 과정에서 일부 친윤계 인사는 유임하거나 받아들이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하도록 권유했다. 그러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김 후보를 돕겠다고 나서며 통합의 첫걸음을 뗐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통합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경선 상대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파란색 양복을 입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가 과거 국민의힘의 당색인 빨간색 넥타이나 옷을 입은 사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과 당분간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단일화 대상이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다른 단일화 상대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거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김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주재로 서울시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를 만난뒤 취재진에 "지금도 다른 후보, 다른 당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당이 조금 잘못한 점이 있어서 헤어졌으나 하나도 멀지 않다"며 주파수를 맞추려고 노력했으나, 이준석 후보는 "김 후보의 진정성과 보수 진영을 규합해 선거를 치러보려는 선의는 의심 안 하지만 이길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단일화 논의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달리 TK에서부터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소위 '동남풍'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김문수(44.9%)후보와 이재명 후보(43.5%)는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는 지지율을 보여줬다. 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