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절연 없인 국힘 미래 없어… 이준석·한동훈 보수 이끌 것" "이재명 '권위적 포퓰리스트'… 법치 수단화, 연성독재 위험 커" 진영 극단화 '전쟁 정치'된 건 '개딸' 같은 맹목적 정치 팬덤 때문 대선 시대 정신은 '공화 혁명'… 법의 지배·견제와 균형이 핵심 정치는 곧 그 나라 국민의 수준… 국민 모두의 '자기 성찰' 절실 []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평중 한신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거리 정치, 광장 정치가 정당 정치의 대안이 될 순 없습니다. 직접 민주주의 이름으로 광장 정치를 미화하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의 소치입니다."
15일 서울 송파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윤평중(69) 한신대 명예교수는 직접 민주주의에 내포된 위험성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거리 정치와 유튜브 선동, 레거시 미디어의 약화를 틈타 급부상한 디지털 공론장에 기반한 팬덤 정치는 포퓰리즘적 경향을 갖고 있으며, 정당 정치를 와해시켜 정치 공동체를 해체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시민사회는 국가 권력의 폭주를 막은 공로가 있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권력과의 유착이 심해져 '국가에 의한 시민사회의 식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21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공화 혁명'이라며 "공화정은 법의 지배, 권력의 견제와 균형, 사회 경제적 자유, 성숙한 시민의식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분열과 정치 혐오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국리민복(國利民福)과 공화정이라는 정치의 존재 이유를 구현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며 "어느 국가나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체제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정치를 '전쟁 정치'로 만든 팬덤 진영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자기 성찰'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해선 "치열한 권력의지를 갖고 있으며 정치적 생존 능력을 입증했다"며 "정치적 생존과 성공을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가 정밀한 계산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후보는 살아남기 위해 대중의 지지를 얻는데 능수능란한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로 규정할 수 있다"며 "국리민복·삼권분립·법치주의 마저 수단화하는 경향이 있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연성독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대해선 "여러 장점이 있지만 수구 보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보수가 살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준석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앞으로 보수를 이끌 미래 지도자라는 것이다. 이 후보의 경우 거대 양당 체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한 정치력을, 한 전 대표는 수구적 비상계엄을 앞장서 반대한 점을 높이 샀다.
윤 교수는 광주일고와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사회철학 및 정치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버클리대, 미시간 주립대, 럿거스대에서 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한신대 철학과에서 오랫동안 철학을 가르쳤다. 날카로운 사회 진단과 비평으로 유명하다. '국가의 철학', '시장의 철학, '급진 자유주의 정치 철학' 등 여러 저서가 있다.
대담=강현철 논설실장
- 대선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과 분열이 최고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와 한국 문명의 총체적 위기라고 하셨는데 이런 진단은 유효한지요?
"현대 한국 문명의 파괴라는 표현은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얼마나 심대하게 민주공화정의 규범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맥락에서 이야기한 겁니다. 공화국의 기본 전제는 정치적 경쟁자를 물리적으로 말살하지 않는 것입니다. (비상계엄은)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모두 합의한 이같은 정치공동체의 근본 약속을 폭력으로 부수려고 한 겁니다."
- 대선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은 뭐라고 보십니까? '공화정의 위기'라는 말씀을 최근 자주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 '공화혁명'으로 가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공화와 민주공화국은 무슨 의미입니까?
"21대 대선에서 압도적인 시대 정신은 '공화 혁명'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우리 헌법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렇게 선포하고 있지만 공화정이 뭐냐라고 물으면 답을 잘 못해요. 공화정이 영어로는 '더 리퍼블릭'(THE REPUBLIC)이잖아요. '리퍼블릭'은 공공의 것, 공적인 영역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유래했습니다. 공화정의 특징으론 크게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법의 지배'입니다. 법의 지배는 법에 의한 지배가 아닙니다. 과거 독재자들도 법을 통치 수단으로 동원해 국민을 억압했습니다. 법의 지배라고 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정이나 이재명 후보의 재판이나 (다른 국민들처럼) 평등해야 하는데 재판 과정을 보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거든요. 권력자야말로 법의 지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공화정의 두번째 대원칙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입니다. 삼권 분립은 견제와 균형의 한 하부적 표현입니다. 그리스 사상가 아리스토텔레스가 권력의 견제와 균형 이념을 최초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혼합정의 견제와 균형이 가장 모범적으로 나타난 최초의 근대 정치 체제가 바로 미국입니다. 그걸 규정한 게 미국 헌법이었고요. 지금 우리나라에선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윤석열의 폭주가 있었던 겁니다. 또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사법부를 일방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도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위협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번째로는 '비지배 자유'라는 공화정, 공화주의에 굉장히 특유한 개념입니다. 이는 강제로부터 자유로운 소극적 자유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조직에서 여러 형태의 억압으로부터의 적극적 자유를 말하는 것입니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고 태어날 때부터 신성불가침의 권리 인권을 가지고 있고 자유롭다라고 유엔인권선언에서 이야기하고 , 우리 헌법에서도 규정된 자유가 현실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사회 경제적 자유가 확보돼야 됩니다. 굶어 죽을 상황인데 자유를 말할 수 없죠. 극단적인 빈부 양극화, 사회 양극화가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는 적극적 자유가 형해화되기 십상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도 사회 양극화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거든요. 이를 적극적인 분배와 복지 정책의 대대적 확대를 통해 악화되는 흐름을 되돌려야 됩니다. 네번째는 성숙한 민주공화정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시민들이 팬덤에 휘둘리고 진영에 매몰돼선 안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내로남불이 만성화돼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와도 진영에 따라, 자신의 당파적 색깔에 따라 한쪽에서는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찬양하고 한쪽에서는 정반대로 비난하는 것들이 한국 사회의 시민의식이 아직 팬덤이나 진영 논리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공화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이는 학교 교육뿐만이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길러져야 됩니다. 또 하나의 필요한 공화주의적인 덕목은 바로 인종이나 혈통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오는 인종주의적 애국심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 공동체의 근본 규범인 헌법에 대한 충성심에서 나오는 시민적 애국심입니다. 지금은 비상계엄 사태를 시민의식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윤 어게인이라는) '극우적 반동'도 나타났습니다. 또 반작용으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사법부에 대한 압박 등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극단적인 '위력 시위'가 보여지고 있습니다."
- 거리 정치에 기반한 포퓰리즘은 우리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폭민정'의 전조라고도 하셨습니다.
"거리의 정치, 광장 정치에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제도 정치,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자극을 주고 민의의 목소리로 수정과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거죠. 그렇다고 해도 광장 정치가 제도 정치, 정당 정치의 대안일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거리의 정치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이는 직접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광장 정치를 미화하는 겁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직접 민주주의의 '자기 파괴'를 익히 알고 있죠. 직접 민주주의가 근대 대의 민주주의, 정당 민주주의로 변화한 데는 필연적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직접 민주주의에는 포퓰리즘적 경향이 내포돼 있다는 점입니다. 고대 아테네의 자멸이 그걸 증명합니다. 유럽 근대의 선각자들이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대의제 또는 정당 정치, 의회 정치라고 하는 일종의 '필터'를 장착한 이유는 직접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으로 치달으면서 정치 공동체를 해체시켰기 때문입니다. 직접 민주주의에 내장돼 있는 포퓰리즘적인 중우(衆愚) 정책의 흐름을 정당이나 의회라고 하는 중간 장치로 걸러내는 겁니다. 이런 정당 정치, 대의민주제를 간접 민주주의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특히 진보 쪽에 있는데 이는 마르크스로부터 비롯된 겁니다. 그런 규정은 지극히 일방적이고 일면적이어서 오도되기 쉽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는 광장 정치, 거리의 정치에 대한 일방적 미화하는 민주주의의 2000년 역사 진화 과정에 대한 무지의 소치, 일면적 인식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나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온몸으로 막았던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도 있었지만 촛불이라는 역동적인 민주 정치의 모습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심리적인 내전 상태로 쪼개져 있습니다. 각기 자기들이 전체 국민을 대변한다, 프랑스 사상가인 장자크 루소 식으로 표현하면 '일반 의지를 자기들이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식이죠. 이렇게 한 정치 공동체 국가가 양쪽의 시민 그룹으로 첨예하게 쪼개지고 각자가 주관적 확신을 가지며 상대방에 대해 너희들은 국가의 적이다, 정치 공동체의 배신자다라고 규정하게 되면 평화적으로 해소할 길이 쉽지가 않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물리적인 충돌, 내란으로 치달을 수 있어 거리의 정치, 광장 정치에 대한 일방적인 미화는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사회에서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현대 사회의 이론에서는 정치 공동체를 국가, 시장, 시민사회 세가지 구성 요소로 이야기합니다. 시민사회는 이 세 요소 중 하나인데 한국 사회는 건국 이후 강력한 국가가 지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시민사회가 국가와 경쟁하면서 있어 왔죠. 강한 국가와 강한 시민사회의 상호 견제 또는 긴장감이 있는 상호 동행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물론 6공화국 이전 군사독재 시절에는 국가가 압도적이었죠. 우리가 살고 있는 6공화국 '87년 체제'라는 것은 시민사회의 힘이 국가의 폭주를 가로막은 것입니다. 이 양자 사이의 타협으로 평화적인 체제 변환이 이뤄졌습니다. 제가 비상계엄 사태의 엄중함에 대해 강하게 말씀드린 것은 이런 6공화국의 시민적 약속을 '친위 쿠데타'로 파괴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6공화국 들어서도 시민사회의 힘은 부침은 있었지만 계속 확장되어 왔습니다. 그 정점이 2016~2017년의 '촛불'이고 그 다음이 이번 윤 전 대통령 탄핵입니다. 두 대통령의 탄핵이야말로 한국 시민사회의 위력이 유감없이 증명된 그런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중요한 특징은 국가와 시장 즉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확보입니다. 시민단체를 우리가 지칭할 때 NGO 또는 NPO라고 얘기합니다. NGO 비정부 기구는 국가로부터의 독립, NPO 비영리 기구는 경제 권력, 시장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칭합니다. 모든 시민단체는 NGO와 NPO의 두 성격을 나눠 가지고 있죠. 따라서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독립을 유지를 해야 되는데 시민사회의 위력이 강대해지면서 권력과 유착 현상이 점차 드러났습니다. 전형적인 사례가 문재인 정부 때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연대 정부라고까지 불리기도 했죠. 특정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특정 시민단체들, 시민운동의 지도자들이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으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는 커녕 특정한 정부의 대변자라고 할까요, 스피커로 활동하다 고위 관직을 받고 정권에 합류하는 모습이 문재인 정부처럼 집중적으로 보여진 적은 없었습니다. 시민사회와 국가의 유착을 극명하게 보여준 케이스가 문 정부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국가에 의한 시민사회의 식민화'라고 부릅니다. 이쪽은 관직과 이권을 주고, 시민사회 사람들은 전문적인 지식과 시민운동의 배경을 교환하는 일종의 자발적 식민화입니다. 특히 진보 정부에서 시민사회와 국가의 유착 현상이 굉장히 심했어요.이런 국가에 의한 시민사회의 식민화라고 하는 특이한 한국적 현상은 궁극적으로는 시민사회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해야 시민사회인데 국가와 유착하거나 거의 통합한다는 것은 시민사회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진보 지식인들이나 전문가들이 진보 정부에 투신했을 때 그것을 사회 참여로 미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분들은 보수 인사들이 보수 정권에 참여하면 부역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자신의 전문 역량을 정부에서 실험해 보려고 하는 좋은 뜻도 있겠습니다마는 국민 눈높이로 볼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봐요. 지금 대선 캠프 큰 장이 열렸습니다. 이를 전문가적인 역량의 사회 환원이라는 원칙론으로만 보기에는 폴리페서, 폴리 저널리스트의 폐해가 너무 심해요. 진보 보수 공이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대한민국이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가를 재창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심리적인 내란 상태라는데 대해선 많은 분들이 공감합니다.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며 계엄에 찬성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시민들로 나라가 거의 두쪽 나다시피 했고요. 양쪽 진영의 시민들은 상대방을 같은 대한민국 시민으로 보지 않고 물리적으로 말살해야 할 적으로까지 규정했습니다. 심리적인 내란에서 물리적 내란으로 이행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 것이죠. 헌법재판소에서 성숙한 역사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다행히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지만 차기 정부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지금의 이런 앙금과 분열과 적대가 온존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오늘의 화두는 결국 통합, 화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말씀이 '내란 우두머리'인 윤 전 대통령을 위시한 세력에 대해 용서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되고 지금 사법 과정도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사법부에 맡겨 진행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봅니다."
-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 혐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는 (조선시대) 당쟁 정치의 한가운데 있다고 봅니다. 적대적 진영 대립이 극단화하고 있는 거죠. 그 과정에서 정치권은 '국리민복'이라는 원래 존재 이유를 완전히 망각하고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경제, 서민들의 민생, 인권 보호 이게 정치의 근본 존재 이유잖아요. 정치에 대한 혐오가 극심한 것은 정당과 정치인들이 이런 정치의 존재 이유를 전혀 구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이런 근원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인은 극히 찾기 어렵다라는 것이 암울한 현실입니다. 국민들이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또 하나 어느 사회나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치를 갖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통절한 의미에서 뼈를 때리는 진단입니다. 그래서 시민의식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자기 성찰'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뗄 수 없는 흐름이 있는데 이는 정치 팬덤과 관련된 것입니다. 정치 팬덤의 역사는 장구합니다. 군사독재 시절 직업 정치인에 팬덤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었습니다. 야당 정치인이 독재자에 대항하는 동력으로 작동하기도 했어요. 진보에서 보수로, 보수에서 진보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마일드한 적폐 청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팬덤이 질적으로 변화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노 대통령을 탄생케 한 힘이었던 이른 바 '노빠'들이 한국 정치 팬덤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보수의 탄핵 시도가 많은 운동권 인사의 국회 진입으로 나타났고, 노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이 이들을 분노와 원한의 정치로 몰아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도 팬덤을 가졌죠. 특히 '개딸 현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고 개딸이 가장 강력한 정치 팬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개딸'은 이재명 후보를 정치적인 구세주로 여기죠. 그래서 이 후보에 대한 반대자는 배신자로 여겨 박멸하려고 합니다. 팬덤 정치에 의한 진영 대립이 극단화돼 정치가 국리민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거의 전쟁으로 치닫게된 것은 '개딸'과 같은 맹목적인 정치 팬덤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정치가 국리민복을 위한 정정당당한 경쟁이 아니라 죽고 죽이는 '전쟁 정치'가 된 것은 그런 정치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적지 않은 시민들 때문입니다. '전쟁의 정치'가 된 데는 정당과 정치인의 책임이 엄중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정당과 정치인들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우리도 '자기 성찰'을 해야 됩니다."
- 이재명 후보의 대중적 인기의 원인과 강점,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후보가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의 길로 간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후보 자신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어요. 우선 정치적인 생존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거기에는 (기저에) 치열한 권력 의지가 있어요. 자신의 정치적인 생존과 성공을 위해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안목이 있는 겁니다. 이 후보에겐 자신의 정치적인 생존과 성공을 위해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고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되는가에 대한 정밀한 계산 능력이 있습니다. 그게 막강한 권력 의지와 결합돼 있습니다. 이를 보수 쪽에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하나 중요한 판단 잣대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때 이 후보가 어떻게 했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 정치를 할 것인가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해주죠. 놀라운 정치적인 생존 능력이나 강력한 권력 의지를 비판적으로 본다면, 또 지난 3년간 민주당 대표로서 행한 것들을 보면 이 후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포퓰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온 힘을 쏟고, 또한 능수능란합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포퓰리즘은 대단히 권위주의적인 형태를 띱니다.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정치의 목표인 국리민복과 민주공화정의 큰 틀인 삼권분립, 법치주의 같은 근본적인 틀조차도 수단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포퓰리스트이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지난 3년간의 민주당 대표 시절에 민주당을 이재명 유일 체제로 만들어 많은 분들이 걱정합니다. 행정권에 입법권까지 갖고 사법권을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겁박하고 있는 그런 권력이 출현하게 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걱정을 많은 시민들이 합니다. 이른 바 '이재명 포비아'죠. 요새 이 후보가 기본사회 같은 극진보적인 것을 뒤로 물리고 중도 실용 보수까지 껴안는 통합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보수 인사들을 선대위에 모으고, 중도나 보수 시민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정책들을 많이 발굴하고 있어요. 이것 자체가 포퓰리스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그런 식으로 자신의 외연을 넓혀가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가 바라는 건 이게 단순히 대선 득표 전략에 그치지 말고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으로 승화되는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위중합니다. 그야말로 천하대란이거든요.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적폐 청산하고 그럴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라를 먼저 살리고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그랬나요? 진짜 대한민국은 성숙한 민주공화국입니다. 성숙한 민주공화국으로 약진하면서 역사에 이재명의 이름이 기록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겁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국정의 모든 에너지를 '내란 잔당' 척결에만 쏟는 겁니다. 적폐 청산의 이름으로 한국 보수를 절멸시키려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를 강화한다는 게 대통령이 휘두를 수 있는 칼을 벼리겠다라는 그런 말이거든요. 사법부도 계속 겁박하잖아요. 이런 움직임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라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입법권과 행정권을 한 손에 쥐고 차기 총선까지 3년동안 사법부도 완전히 종속시키는 한국 현대사 최대의 절대 권력이 탄생할 수 있고요. 이런 절대 권력을 쥐고 행동에 옮긴다면 존 스튜어트 밀과 토크빌이 지적한 바와 같이 '다수의 전제'(tyranny of the majority)가 나타날 겁니다. 다수의 전제에 입각한 연성 독재가 출연할 가능성을 배제 못해요. 권위주의 국가인 헝가리 베네수엘라 필리핀의 두테르테가 한 것처럼 대법관 수를 늘리고 헌법재판소를 4심으로 만들어 절대권력을 완성한 후, 권력 행사를 절제하지 않고 내란 잔당 척결이라는 미명 아래 수구우파 세력을 물리적으로 박멸하려고 시도한다면 연성 파시즘으로까지 악화해 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게 히틀러가 등장한 맥락입니다. "
- 보수층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우리 사회에서 보수층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모습인데 근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국 보수엔 '경로 의존성'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보수는 사실 건국과 산업화 저는 그걸 산업혁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주역이었습니다.한국 현대 정치사를 보면 보수는 압도적인 주류였어요. 그런데 왜 지금처럼 세력이 역전되었느냐 하는 건 박근혜나 윤석열 같은 암군(暗君), 혼군(昏君) 때문입니다. 이런 보수를 참칭한 실력 미달의 지도자들이 자꾸 나오는 것은 경로 의존성 때문입니다. 보수는 군사 권위주의 시절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내세웠어요. 그런데 그 내용은 사실 냉전 반공주의와 천민 자본주의의 결합물 성격이었습니다. '87년 체제' 6공화국의 성립은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인 한국 보수가 제대로 된 자유민주의를 해가야 된다는 요청이었던 겁니다. 이명박 정부는 냉전 반공주의로부터 상당한 거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후 박근혜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냉전 반공주의와 천민 자본주의의 결합된 형태였던 수구 보수로 퇴행해간 극단적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시대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 당하게 된거죠."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김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잘 해낼까요?
"김 후보에겐 여러 장점이 있어요. 국회의원 세번, 경기도지사 두번하면서 상당한 업적을 남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성품 또한 소탈하고 강직하죠. 청렴하고요. 굉장히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런데 김 후보가 국민들에 호소력을 갖기 위해서는 계엄에 전면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어야 합니다. 지금 국민의힘 전체의 기류나 김 후보의 태도는 대단히 모호하고 어정쩡합니다. 윤 전 대통령 탈당도 안된다는 시대 착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여러 장점이 있는 분이지만 한국 보수가 헤쳐나가야 할 딜레마나 시대적인 과제들에 비추어 보면 아직 수구 보수의 그런 틀을 벗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불가피합니다. 이번 21대 대선은 아마 6공화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심심한 대선이 될 겁니다. 국힘 지도부는 당원 경선 과정을 통해 정당하게 올라온 김 후보를 당내 쿠데타로 주저앉히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당원의 의사로 저지되었습니다마는 12.3 쿠데타, 당내 쿠데타 둘 다 실패했죠. 국힘이 상징하는 보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것과 완전히 절연해야 합니다. 이런 주장을 한 몇 후보자가 있었습니다마는 대표적인 인물은 한동훈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한동훈을 떨어뜨리고 김문수를 당선시켰잖아요. 이게 대선이 활기를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보수가 기사회생의 기회를 주동적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국민에게 100배 사죄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려면 저는 국회 안에서는 한동훈과 안철수 밖에 호소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시고 김문수 후보와 연대 가능성은 있을까요?
"김문수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은 현실의 일이기 때문에 100% 단언해서는 안되겠죠. 그러나 거의 제로라고 봅니다. 국힘이 지리멸렬한 막장 정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문수 후보 본인이 평생 그렇게 열심히 현장에서 살아온 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대선 경쟁을 할 겁니다. 김 후보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자기 확신이 강하고 강직하다는 겁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경합 과정에서도 이제 유감없이 입증되지 않았습니까? 국힘 지도부의 당내 쿠데타 시도에 전면적으로 저항한 것도 그런 인간됨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죠. 작년 총선은 이준석 후보가 동탄에서 기적적으로 당선된 것이 최대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보수와 진보 두 거대 정당은 독과점 정치 카르텔을 형성해 제도적으로 제3당의 진출을 막아왔습니다. 이게 당쟁 정치, 전쟁 정치로 퇴행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구요. 독과점 정치 카르텔이 제3당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원천 차단함으로써 사회가 양극화의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겁니다. 이준석 후보의 의원 당선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본인 자신의 역량으로 이런 독과점 정치 카르텔, 두 거대 정당의 정치카르텔에 균열을 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 이준석의 미래는 독과점 정치 카르텔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두 거대 정당의 적대적 공존이라고 하는 한국 사회의 암을 깨뜨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국힘 자해극의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인 모순적 위치에 있고 거기로부터 자유롭지가 않아요. 국힘이 자기 해체, 자기 붕괴, 자기 사멸하면서 비게 되는 공간 그러니까 보수와 중도의 공간을 메울 수 있는 국힘 바깥의 유일한 후보자는 이준석인 겁니다. '이준석의 포르투나'(Fortuna,행운·운명의 여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하겠습니까? 그에게는 정치적인 미래가 창대하게 나와 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태생적 한계도 있고 검사 출신이라는 이미지 정치인이라고 하는 특징도 보이고, 정치적 리더십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경선에서 패배했습니다마는 국힘의 총체적 자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은 안철수 후보도 있지만 한동훈 후보가 훨씬 정치적 잠재력이 크다고 봅니다.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윤석열이라는 제왕적 대통령에 쓴소리를 했던 거의 유일무이한 미래 권력이었거든요.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정치인 한동훈을 국민 정치인으로 탄생시킨 결정적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12·3 계엄 사태 한밤중에 이재명 후보보다 먼저 계엄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거죠. 이는 정치인 한동훈이 국민 정치인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고 봐요. 대선 이후 차기 정부 임기동안은 한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인 능력 리더십을 검증받고 훈련하는 그런 시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