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시장 코스피 아닌 홍콩 국내선 파생상품 시선 안좋아 단일종목 ETF조차 불가능해 금융당국 규제… 혁신 걸림돌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직업 특성상 매일 주식시장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은 항상 빠르게 움직이지만 정말 움직이지 않는 종목이 있다. 쳐다보기 싫지만 제일 위에 있어서 안 볼 수도 없는 종목, 삼성전자다.
안타깝지만 삼성전자 주식은 증권사 어플을 켰을 때 '내가 보유한 주식'에도 뜬다. '이정도면 저점이다' 생각하고 산 주식이고, 실제로 매수 시점이 저점에 가깝긴 하다. 그런데 그 저점이 꽤나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오를땐 0.2%씩 오르다 떨어질 땐 1%씩 떨어지다 보니 결국 몇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꽤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다. 삼성전자에 2배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상장된다는 소식이었다. '찔끔찔끔 움직이는 무거운 주식이 그나마 2배로 움직이면 투자할 맛이 나지 않을까'라는 개미다운 생각을 해버렸다. 그런데 상장 시장은 코스피가 아닌 홍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어느 시장보다도 많은 개인 투자자 비중으로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시장이 시끄러워지지만, 왜인지 모르게 레버리지나 인버스, 곱버스 등 파생시장을 활용한 상품은 '증권사가 개미를 죽이기 위해 내놓은 것'이 돼버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상품을 내놓는 것은 증권사가 아니라 자산운용사다. 그리고 목표로 설정하는 고객층은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기관 투자자다.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다. 어떤 상품을 어느 시점에 담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에 서로 상관관계가 적은 신상품을 추가했을 때 수익률이 오른다는 것은 이미 30여년 전에 수학적으로 증명됐다.
인버스나 곱버스는 이 같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왜 주가 상승에만 투자할 수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운용사의 답이다. 다음 달 주가 상승에 미리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선물이고, 단순한 지수 추종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 레버리지다.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원칙 속에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파생상품을 잘 활용한다면 수익률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어떤 종목을 레버리지로 투자하고, 인버스 상품을 함께 담는다면 수익률은 줄지만 그만큼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게 정말 기초적인 위험회피(헤징)다. 공매도를 재개할 때 공매도 찬성파가 공매도를 재개하면 해외자본이 들어온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매도가 없으면 상승에만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 되고, 헤징이 불가능한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던 헤지펀드가 재개 후 돌아올 것이란 기대였다.
공매도는 재개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파생상품을 찾기 쉽지 않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레버리지나 곱버스 ETF를 설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와 곱버스 상품이 홍콩에만 상장된 이유다. 우리나라는 단일종목으로 ETF를 만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최소 10개 종목이 포함돼야 하고, 한 종목 비중은 30%를 넘을 수 없다. 이런 규제가 결국 상품의 다양성을 없애고,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도 마찬가지다. 법률 전문가들이 자본시장법 조항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가능 여부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단번에 '불가능'을 못 박았다.
전날 이와 관련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새로운 ETF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마지막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당국의 규제'다.
앞서 만난 한 교수가 말했다. "금융당국이 새로운 상품이 나왔을 때 우선 금지하고 보는 이유는 딱 2개일 겁니다. 잘 모르거나, 책임지기 싫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