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처음 1%대 아래로 내려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1.0%은 물론 정부 1.8%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전망치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에 미국 관세 부과 등 통상 여건까지 악화되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KDI는 14일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낮췄다. 지난 2월 1.6% 전망치에 석 달 만에 절반인 0.8%포인트(p)내려 잡았다.
구체적으로 관세 부과 등 대외적 요인이 0.5%p, 내수 부진 등 대내적 요인이 0.3%p 전망치를 끌어내렸다는 게 KDI 설명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의 관세 인상 요인이 이렇게 빨리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국내에선 소비심리 회복이 예상보다 느렸고, 공사 지연 등으로 건설업 부진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KDI의 이번 전망치는 처음 1%대를 밑돌고, 지금까지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 중에서도 가장 낮다.
앞서 IMF는 4월 한국의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0%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은행도 1.5%로 각각 내려잡았다. 기획재정부는 1.8% 전망했다.
다만,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해외 투자은행(IB)은 지난 달 0.8%로 KDI와 동일하게 하향 조정했다.
KDI 올해 경제전망. 자료=KDI
KDI는 건설업 부진과 함께 민간 소비 둔화,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 등 내수 침체가 보다 악화되고 있다고 봤다.
실제 건설투자는 지난해 -3.0%에 이어 올해 -4.2%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도 1.7% 증가에 그치고, 민간 소비는 지난해와 비슷한 1.1% 증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도 미국발 관세 등 대외 여건 악화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KDI는 상품 수출 증가율은 올해 상반기 -0.7%, 하반기 -0.2% 등으로 올해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향후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 등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면 수출 여건이 더 악화될 것이란 게 KDI 분석이다.
정 실장은 "미국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며 통상분쟁이 격화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에도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관세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경우 수출 여건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내수 진작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지출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실장은 "향후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추경안 추가 편성 등 재정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금리는 올해 추가 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