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일 국민의힘 한동훈·김문수(왼쪽부터) 제21대 대선 3차 경선 후보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경선 2위'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김문수 제21대 대선후보에게 12·3 비상계엄과 반탄(탄핵반대) 사과 및 연루자 보직 배제, 윤석열 전 대통령·김건희 여사 출당과 절연, '한덕수 단일화 약속'으로 후보 당선된 데 대한 사과를 사흘째 요구하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 강제교체 논란까지 빚었던 강성 친윤(親윤석열)계에서 "분탕질" "해당행위"란 비아냥이 나온 가운데 그는 "패배 알리바이 만들지 말라"고 일갈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운동 첫날부터 싸워보지도 않고 '누가 안도와줘서 졌다'는 '패배 알리바이' 만들지 말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길 수 있는 길은 분명하나, 그 반대로 가는 움직임이 보여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1일에 이어 "불법 계엄 방관과 탄핵 반대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당과 선거 보직에서 배제"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을 절연하고, 자유통일당 등 극단주의자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한층 구체적으로 당에 촉구했다.
이어 "이미 저는 경선 이후에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재명 민주당'과 싸우고 있다"며 "'불법적인 후보교체'를 막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것이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한 진짜 선거운동이다. 패배 알리바이 만들지 말고 이기기 위해 싸워달라. 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12일)에도 김 후보에게 3가지 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결단하지 않으면 이번 선거는 불법계엄한 윤 전 대통령 부부 대리전을 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러면 이재명 세상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 전 대표는 앞서 11일 글에선 권영세·권성동 투톱 체제였던 비상대책위원회가 한덕수 전 총리로의 대선후보 강제 교체를 시도했다가 김 후보 지지자들과 친한(親한동훈)계의 거센 반발 속 전당원투표로 불발된 것과 관련 "제가 '친윤 쿠데타'를 막는 데 앞장섰던 건, 김 후보의 계엄에 대한 생각 등 정치적 견해나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매개로 친윤 세력과 협업한 과오에 동의했기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우리 국민의힘, 그리고 우리 당원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재명과 해볼만 한 싸움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에 대한 김 후보님 결단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첫째로 그는 계엄·반탄에 사과할 것과 함께 "계엄옹호와 탄핵반대에 앞장섰던 사람들을 우리 당과 선거의 보직에 기용하지 않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둘째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이 '결코 선거에 도움되지 않는' 공개 메시지를 계속 내며 당에 관여하려는 상황에선 출당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셋째론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한 전 총리와의 즉각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당선되신 점에 대해 사과하실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그런 부당한 협업 때문에 (3차 경선) 승패가 뒤바뀌었다고 생각하는 분들, 약속위반으로 상처입은 분들을 아우르면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면서 "이래야만 비로소 이 어려운 선거가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다. 결단해주시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대구 유세에서 윤 전 대통령 출당은 거부한 채 "한 전 대표를 만나 말씀 나누고 그에 맞춰 결정하겠다"고 했다.
지난 5월4일 국민의힘 제21대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에 내정된 나경원(왼쪽부터)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선대위 첫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김문수 대선후보.<연합뉴스 사진>
한편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전(2차) 진출에 실패했던 친윤계 나경원 의원은 당 공동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한 가운데 이날 "내부총질"이라며 사실상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견 있으면 선대위란 용광로 안으로 들어오라"며 "이미 당원과 국민의 선택으로 경선이 끝났음에도 온갖 조건을 붙이며 도울지 말지를 재며 이재명 캠프 대변인인양 후보와 당을 향해 시비걸고 있는 건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의 3대 요구사항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친윤계는 한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이나, 한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 제의를 거부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탈당한 가운데 지지세력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선언에 나서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