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7%로 기존 전망치(3.0%)보다 0.3%p(포인트) 내려잡았다. 관세 정책 이후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미국은 성장률 1.3%로 무려 0.8%p 하향 조정했다. 유럽(0.8%)과 일본(0.6%) 등 주요 선진국들도 0%대 전망치를 내놨다. 미국발 관세 정책, 미·중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세계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며 성장을 크게 제약할 것이란 분석이다.
KIEP는 13일 발표한 '2025년 세계 경제전망(업데이트)'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3.2%)와 함께 직전인 작년 11월 전망치(3.0%)보다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 수치만 보면 닷컴버블(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코로나19 팬데믹(2020년)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란 게 KIEP 설명이다. KIEP의 올해 세계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 국제통화기금(IMF) 2.8%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KIEP는 세계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관세 및 무역전쟁 격화, 인플레이션 재발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역자산효과와 금융 불안 및 부채 위기 등을 꼽았다.
KIEP는 미국과 중국이 전날 상호관세 부과 90일 유예에 합의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해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전날 협상을 통해 대중국 상품 관세를 145%에서 30%로, 중국은 대미국 제품에 관세를 125%에서 10%로 각각 낮추기로 합의했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어제 발표된 미중 무역 합의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관세율이 조금 더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차원에서 성장률 자체를 바꿀 만큼은 아직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 성장률이 2.1%에서 1.3%로 무려 0.8%p 하향 조정됐다.
미국은 적극적인 관세 정책에도 불구,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작년보다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미국 내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KIEP 설명이다.
유럽은 0.8%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독일은 0.8%에서 0.0%,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밖에 프랑스 0.6%, 영국 1.0% 등으로 낮아졌다.
윤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유럽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무역과 투자 위축에 불안정한 국내외 정치 상황 등이 더해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본도 성장률 전망치가 0.6%로 기존 대비 0.4%포인트 내려갔다. 미국 관세 여파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중국은 4.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미중 갈등과 소비와 투자 심리 위축,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성장을 제한할 것이란 분석이다.
KIEP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1.6%, 유럽 1.0%, 일본 0.4%, 중국 4.0% 성장을 각각 예상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미중을 비롯한 주요 국가 간의 관세 인상과 보복 조치의 악순환으로 무역전쟁이 전면화될 경우 세계 교역과 투자가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이나 공급망 교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개연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정부가 긴축 기조를 장기화할 수 있어 통화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저금리 시기에 누적된 부채와 고평가된 금융자산 구조 속에서 자산 가격이 급락한다면,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인해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