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전쟁으로 농토와 목축지가 파괴되고 어업이 금지된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지난 2개월여간 가지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반입을 계속 봉쇄하면서 결국 식량이 바닥났습니다. 주민들은 잡초는 물론이고 바다 거북이 등 야생동물까지 먹으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와지예 하마드는 어부 생활을 40년 넘게 했지만 최근에는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습니다. 말을 죽여서 먹고, 야생 토끼를 잡아서 먹고, 자라다 만 잡초를 삶아서 먹습니다. 요즘은 해안에서 조그만 거북이가 보이면 잡아서 먹습니다. 가끔 그물에 걸리는 돌고래도 도살해 먹는 실정입니다.
전쟁이 터지자 가자지구 항구는 폭격으로 파괴됐으며 하마드의 고기잡이 배를 포함해 선박 1000여척이 사라졌습니다. 바다 고기잡이는 금지돼 있지만, 22명이나 되는 식구를 먹여살려야 하다 보니 하마드는 스티로폼 단열재가 채워진 냉장고를 분해해 만든 뗏목을 타고 조심스럽게 해안 근처로 나가서 물고기를 잡습니다.
해안가에서는 조그만 물고기만 잡히지만 100m 이상은 나가지 않습니다. 이스라엘군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다에 나갔다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어부가 수십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5월 첫 1주 동안에만 가자지구 해안에 나갔던 농부 5명과 어부 1명이 숨졌고 5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가축을 거의 전멸시켰습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토지 압류로 인해 가자지구 면적의 40%를 차지하면서 농업 생산물 거의 절반을 공급하던 농토는 대부분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습니다. FT는 2025년 3월 기준으로 가자지구 농토의 80% 이상이 파괴됐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지난주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 확대를 발표하면서 경작 가능한 농토는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마라브 마살마는 가자지구 북동쪽 국경 근처에서 농사를 지었으나 전쟁이 터진 후 농토 대부분이 못 쓰게 되자 간신히 조금 남은 땅에 후추, 가지, 콜리플라워, 양배추를 심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주에 남은 농토가 갑작스럽게 군사지역으로 지정됐고, 이스라엘군은 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폭격을 가했습니다. 마살마는 이제 트랙터와 농기구 등도 없고 우물과 관개시설도 파괴됐다고 전했습니다.
전쟁 이전 가자지구의 금액 기준 최대 수출품은 딸기였지요. 늦은 겨울이 수확철이지만, 딸기 농사는 꿈도 꾸기 어렵게 됐습니다.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딸기농장을 운영하던 사크르 아부 라바는 전쟁 첫날 농장이 폭격을 당하자 즉시 탈출했다가 반 년 뒤에 농장으로 돌아왔지만 딸기가 아닌 채소를 심었습니다.
작년 10월 말 그가 아들과 함께 밭에 일을 나갔다가 쉬고 있을 때 이스라엘군 드론이 떨어지면서 아들과 다른 일꾼 2명이 숨졌습니다. 복부에 부상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그는 농장을 버리고 말 한 마리만 끌고 탈출했으나, 2주 후 또다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노출되면서 남아 있던 말도 죽어버렸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3월 초 휴전 종료 이래 가자지구의 식료품 가격은 14배로 뛰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땅도 거의 없는데다가 비료와 농약, 연료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면서 생산비용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구 내 가자시티에서 밀가루 25㎏ 한 포대의 요즘 시세는 2월 말의 30배인 415달러(약 58만원)에 이릅니다.
가자지구는 이제 생존 자체가 기적이 된 땅이 됐습니다. 이 고통에 국제사회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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