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수백명 군인과 드론 동원해 공격"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도 살인에 가담
10년간 2만여명 사망, 210만 피란민 발생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 공격받은 부르키나파소 서부 마후나 마을. HRW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 공격받은 부르키나파소 서부 마후나 마을. HRW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정부군이 최근 130명 이상의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주장이다.

서아프리카 사헬(사하라 사막 남쪽 주변)의 심장부 내륙국가인 부르키나파소는 영토의 40%가 정부의 통제 밖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브라힘 트라오레 군사정권 지도자에 화살=뉴욕에 본부를 둔 HRW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부르키나파소 군대가 지난 3월께 서부 부클뒤무운주의 솔렌조를 비롯한 여러 마을에서 친정부 민병대와 함께 잇단 공격으로 풀라니족 주민 130여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2022년 9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현 군사정권 지도자 이브라힘 트라오레가 최종 책임자다. 그러나 HRW의 주장이 명백한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난 수십 년간 이 지역이 이슬람무장조직과 군벌간의 각축장이었던 만큼 다른 세력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이브라힘 트라오레 부르키나파소 군사정권 지도자. 타스 연합뉴스
이브라힘 트라오레 부르키나파소 군사정권 지도자. 타스 연합뉴스
특히 이브라힘 트라오레는 이전 쿠데타 정권과 달리 외세 차단에 집중하고 부패 척결과 개혁에 나서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오랜 프랑스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화폐와 경제력을 프랑스에 의존하고 있다. 트라오레가 집권하면서 주둔 중이었던 미군과 프랑스군은 부르키나 파소에서 철수하거나 대폭 축소됐다. 이런 배경에서 그동안 서구 언론들은 트라오레를 근거도 없이 비난해왔다.

HRW가 의도를 갖고 보고서는 내지는 않았겠지만, 이번 학살 사건은 중립적인 국제사회의 조사로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무장세력 각축장, 진상은 더 조사해봐야=보고서가 인용한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에 시작돼 4월 2일까지 지속된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의 공격에는 수백 명의 정부군과 드론이 동원됐다. 공격 이후 풀라니족 주민들은 국경을 넘어 서북쪽 접경국 말리로 피란했으며 부클뒤무운주에 풀라니족은 거의 남지 않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풀라니족은 부르키나파소 서부 일대에 사는 유목민족으로 부르키나파소 정부는 이들이 현지 이슬람 무장단체를 지원한다고 비난한다.

정부군이 떠난 뒤에는 이슬람과무슬림지지그룹(JNIM)으로 알려진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가 마을에 다시 돌아와 군 협력자로 추정되는 남성 주민들에 대한 보복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HRW는 "부르키나파소 서부에서 정부군, 민병대, 이슬람 무장단체가 저지른 잔혹 행위는 모두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지만 심각하게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아프리카연합(AU) 평화안보위원회에 부르키나파소 문제를 긴급 의제로 상정해 민간인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HRW의 이번 보고서는 공격 목격자 27명, 민병대원 2명, 언론인과 시민단체 회원 4명 등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부르키나파소 당국은 이 보고서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특히 이슬람 급진세력과 연계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준동이 2015년부터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2만여명이 숨지고 210만명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2022년 두 차례의 쿠데타 끝에 9월 이브라힘 트라오레를 수반으로 하는 군사정부가 폭력 사태를 막겠다며 권력을 장악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슬람 무장세력과 군벌은 물론 정부군의 인권 침해 의혹도 종종 제기돼왔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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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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