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親尹주도 의총→비대위 '대선후보 교체 일임' 강행에 한동훈 "선출되지도 않은 비대위에 누가 그런 권한 줬나" "협업해 날 막더니, 후보 교체로 경선 무효화 상식 버린 것" 親韓 "비대위 계엄해 후보 탄핵, 민주당 닮아…당에 치욕"
지난 5월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5차 전당대회에서 당시 대선 결선(3차 경선) 후보인 한동훈 전 당대표가 청중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3차 경선 결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12·3 비상계엄 비판을 삼가던 김문수 후보가 56.53%를 득표해 '계엄 저지·탄핵 찬성' 한동훈 후보(43.47%)를 꺾고 대선후보에 선출됐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국민의힘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이 9일 밤 의원총회 결과 김문수 제21대 대선후보를 교체할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일임'한다고 일방 발표하자, 경선 득표율 43.47% 2위 후보였던 한동훈 전 당대표가 "정당민주주의, 그리고 상식을 버리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문수 후보 잘못도 대단히 크나, 친윤 지도부가 당비 내는 책임당원 등 77만명이 여러 단계로 참여한 경선을 무효화해 무리하게 김 후보를 끌어내리고 당원도 아닌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로 교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원투표를 거쳐 선출된 대선후보보다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한 임명직 비대위에서 우월한 권한을 행사해선 안 된단 취지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앞서 총 107명 의원 중 64명만 참석한 의총에서 '찬성 62대 반대 2'로 권영세 비대위에 후보 교체 권한을 일임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선출되지도 않은 비대위에 누가 그런 권한을 부여했느냐"고 지적했다. 전례없는 대선 경선 절차 형해화와 후보 교체 시비 배경을 "김 후보, 한덕수 후보, 친윤은 '한팀'처럼 협업해 저를 막는데 성공하자 후보자리를 두고 이전투구를 벌인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고의로 경선참여 안한 다음 '무임승차 새치기'하겠다는 한 후보와 친윤의 행태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고, '김덕수' 운운하며 그런 상황을 저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용했던 김 후보"라면서도 후보를 강제 교체하는 것에 "당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대선 경선 초입부터 '한덕수 대망론' 바람을 잡은 친윤계가 '반명(反이재명) 빅텐트'를 명분으로 거론했지만, 사실상 '반(反)한동훈 연대'였단 게 한 전 대표의 시각으로 해석된다. 앞서 친윤 주도의 결선투표 룰 도입과 '당비 연 1회 납부 당원' 선거인단 편입·불투명성 논란도 있었다.
지난 5월9일 국민의힘 김문수 제21대 대선후보가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기립박수를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윤(親윤석열) 주류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로 단일화' 압박으로 충돌한 뒤 도중에 퇴장하고 있다(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사진>
'위헌' 판정을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강행에 현 상황을 빗댄 목소리도 이어졌다. 당 '이재명 재판지연방지TF' 활동해온 친한동훈계 강태욱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버전의 비상계엄이다. 배후는 또 그분들이려나"라고 윤 전 대통령 측을 겨눴다.
한 전 대표의 대변인을 지낸 박상수 변호사도 "당원들이 뽑은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당원에 의해 선출된 적 없는' 비(非) 선출권력 비대위가 일종의 계엄사령부가 됐다. 사실상 비대위 계엄"이라며 "계엄사령관 권영세는 자정을 기해 포고령을 선포하고 후보 교체를 감행할 듯 하다"고 했다.
그는 "계엄군은 대부분 12월3일 (계엄 때 국회가 아닌) '당사에 모인 바로 그 자들'"이라며 "법원을 겁박하는 민주당과 싸워야 할 때, 김문수를 잡느라 바쁘다. 이들은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이준석·나경원·김기현·한동훈을 차례로 내쫓았고, 이번엔 김문수 차례"라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의 원내 측근인 한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꼭 닮은 데칼코마니식 정치를 했다. 힘의 우위를 가진 민주당이 소위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줄 탄핵과 입법 폭주를 자행한 것처럼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당의 의사결정을 왜곡했다"고 썼다.
그는 "이젠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선출된 대통령 후보'를 사실상 탄핵하겠다고 한다. '선출되지 않은 비대위'가 선출된 후보를 무력화하겠다는게 민주적 절차인가. 이게 보수정당이 지향하는 법치와 원칙인가"라며 한 전 대표와 같은 궤에서 비판했다.
한지아 의원은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유일한 보수정당답게 합리적 규범과 정당한 시스템에 기반한 절차들이 지켜져야 한다"며 "김 후보 역시 그동안 표를 얻기 위해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우리 당 경선을 사실상의 예비 경선으로 만든 부분을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총에서 후보 교체에 유이하게 반대한 최다선(6선) 조경태 의원도 "우리 당 후보가 버젓이 민주적 경선 방식에서 선출됐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경선 참여도 하지 않은, 검증 안 된 무소속 외부인사를 (후보로)선출한다면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위법·위헌적인 비상계엄으로 파면돼 치르는 대통령 선거에서 진실된 대국민 사과와 반성은커녕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혈안인 당"이라고 성토했다. 당 사무처 정통 당직자 출신인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도 "내 목숨과도 같은 우리 당이 너무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한덕수 전 총리 보좌를 내려놓고 친한계로 합류한 홍종기 전 총리실 민정실장은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부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무언가'를 위해 헌법·법률·당헌·정당민주주의 따위 다 무시한 오늘이 대선에서 대패하는 날보다 당에 더 치욕적인 날"이라고 썼다.
그는 비대위가 근거로 내세우는 당헌 74조의2 특례조항을 두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비대위가 후보자 자격, 선출절차(경선 룰) 등을 제5장 규정과 다르게 정할 수 있단 의미"라며 "이미 5장에 따라 경선과 전당대회 거쳐 적법하게 선출된 후보를 교체할 권한까지 준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