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새끼로 보이는 작은 갈매기 한 마리가 지붕을 뒤뚱뒤뚱 위태롭게 오르며 어미로 보이는 큰 갈매기에게 다가갔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숨죽여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갈매기 가족이 홀연히 날아가면서 굴뚝에선 하얀빛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새 교황의 탄생 소식을 전파하는 '봉화'였다.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로 새 교황을 뽑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일린 것이다.
바티칸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6시8분, 한국시간으로는 9일 새벽 1시8분이었다. 2분 뒤 종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광장 인근 대로에 있던 수만 명의 인파는 일제히 성 베드로 광장으로 뛰어들었다.
광장은 순식간에 터질 듯한 찬탄과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이가 있고, 어떤 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하늘을 올려봤다. 대부분이 휴대전화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쉴 새 없이 찍거나 동영상에 담았다.
세계 주요 언론은 일제히 속보를 쏟아냈다. 새 교황 탄생을 외치는 각국에서 온 방송기자들의 흥분되고 열띤 목소리가 광장을 뒤덮었다. 이날 바티칸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그 자체였다.
아직 누가 새 교황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임 부제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나가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이라는 선언과 함께 새 교황의 이름과 새 교황명을 발표하게 된다.
그 시점은 1시간 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 뒤 처음으로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흰 연기가 굴뚝을 타고 올라온 뒤 1시간10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
새 교황이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강복의 발코니를 향한 인파의 발걸음이 점점 더 촘촘해졌다. 지금 이 순간, 온 인류가 가슴 벅찬 설렘 속에 새 교황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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