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급조된 87 체제 출범 이후 우리 경제는 만성적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1988년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졌다. 저성장 기조가 형성된 것은 90년대 이후 여러 정권의 잘못된 정책과, 잘못된 정책을 유도한 잘못된 정치에 기인한다.

김영삼 정부의 외환위기, 김대중 정부의 벤처 버블과 카드 대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정권마다 경제 위기를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최저임금 폭등과 자영업·취업 대란, 부동산 폭등, 국가채무 400조 증가 등으로 경제 파탄 위험이 급증했다. 경제정책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김영삼 정부는 매우 중요한 세계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을 대비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발생한 경기 침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소비 진작 정책을 사용했다. 경제 이론과는 동떨어진 정책은 경기를 반짝 견인했을 뿐 많은 국민에게 상처를 주었다. 당시 '소비가 미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구호가 노무현 정부로 이어진다.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었다. 노조가 정치를 주도하고 반기업 법률이 양산되면서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가 고착됐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정부로 평가되지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제체제 개혁에는 손을 못 댔다. 김대중 정부가 만든 노사정 협의 체제와 노동시장 경직성, 이해찬의 교육정책 문제, 노무현 정부가 만든 부동산 투기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계속 악화하여 많은 기업이 해외로 이주했고, 이제 기간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이후 정부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교육 정책 문제점은 개혁되지 못하고 악화했다. OECD 학습 능력 평가에서 2000년 이후 우리나라 학생의 수리 능력, 독해력, 과학 능력 등은 모두 하락하는 추세를 형성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문해력은 OECD 국가 평균 이하다. 부동산 투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더 악화하여 이제는 경제 위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큰 상황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안정적으로 견인했으나, 정치적 사건으로 기존의 경제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 내내 서서히 이어졌던 경기 상승 국면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돌변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성급하게 올린 최저임금으로 2018년에는 취업 대란이 일어났다. 자영업의 위기도 몰아치면서 통계 조작과 재정 투입으로 문제를 감추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채무를 약 400조원 급증시킴으로써 물가 상승과 경제 저성장 현상을 악화시켰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4대 개혁은 야권의 정권 탈취 시도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4대 개혁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개혁을 반대하고 경제를 악화시킨 세력들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힘을 얻으면서 개혁을 방해했다.

김대중 정부의 외환위기 처리 과정에서 추진된 급격한 금리 인상과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구조조정은 과거와 달리 시간이 더 걸리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개혁을 이야기하면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했고, 기초연금과 보조금 지급이 정치권력의 향방을 결정했다. 정치는 미래의 비전을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금을 나눠 먹는 도구로 전락했다. 정치의 타락과 정책의 실패는 저성장의 원인을 치유하는 구조를 허물어 버렸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일본의 사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을 경고하는 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옆 나라 사례를 보고도 올바른 정책을 찾지 못했다. 일본이 공적 연금을 개혁할 때, 우리나라는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는 선심성 정책에 매달렸다. 모든 정권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 가족의 가치를 복원하는 것보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에 몰두했다.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고, 15~64세 인구는 2025년 3월 기준 전년 동월보다 36만6000명이 감소했다. 절대적으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국민은 저축하고 노동시장은 유연하며, 기업은 혁신하는 경제가 성장한다.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올바른 해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후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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