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韓 2차 단일화 협상도 결렬
金 "출마 결심했다면 왜 경선 참여 안했나"
韓 "단일화, 왜 일주일 뒤에 해야 하나"
金·당지도부 간 법적 다툼까지 번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범보수 진영이 꺼내들었던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상이 무너지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8일 오후 국회 사랑재 커피숍에서 단일화 2차 회동을 가졌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헤어졌다. 두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막아야 하고, 나라가 위기라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그 외의 부분에서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김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에 단일화 협상에서 손을 뗄 것을 경고하는 한편 한 후보에게 일주일 간의 선거 운동을 거쳐 오는 14일 방송 토론, 오는 15~16일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화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 이전에 단일화하는 로드맵을 고수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꽃가마'를 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입당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안 들어오고 밖에 있냐"며 "또 당의 모든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끝난 다음에 와서 약속을 22번이나 했는데 안지키냐면서 청구서를 내미느냐"고 물었다.

이어 "한 후보는 국정을 많이 운영하고 각료들을 통솔해 봤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굉장히 훌륭한 점이 있겠지만 정당은 경험해 본 적이 없지 않냐"며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 정당 역사, 전 세계 정당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 후보는 "왜 국민의힘에 안 들어오느냐고 하는 것은 사소한 문제"라며 "만약 저로 단일화가 된다면 국민의힘에 즉각 입당하겠다"고 맞받았다.

한 후보는 특히 김 후보가 18일 동안 최소 22회 단일화를 언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김 후보는 4월19일부터 5월 6일까지 18일 동안 22번이나 단일화하겠다고 했다"며 "왜 일주일 뒤에 해야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한 후보는 또 김 후보와 지도부 간의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도 했다.

이날 회동 장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함께했다. 회동 자체는 일대일로 이뤄졌으나 단일화가 성사되길 바라는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회동 장소를 찾아 두 후보 간 대화를 지켜본 것이다.

하지만 2차 단일화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국민의힘의 갈등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빅텐트'는커녕 '스몰텐트'도 성립할지 의문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향한 언어도 거칠어지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를 겨냥해 "이 시간 이후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을 떼라"며 "어떤 불의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며 김 후보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왔던 민주화 투사인지, 세 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경기지사,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우리 당의 중견 정치인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며 "그렇게 논리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국민과 당원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 가졌던 젊은 시절에 가졌던 헌신과 용기, 이성을 발휘하라"고 맹폭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화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후보가 우리 당의 후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선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김 후보뿐만 아니라 우리 당 모두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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