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사업 계약에 급제동이 걸렸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원전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소송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 간 최종 계약 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경쟁사인 EDF가 제기한 이의신청을 체코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7일 열릴 예정이던 한국과 체코 양측 간의 사업 계약 서명식은 연기됐다. 계약 체결만 믿고 체코로 향하던 대표단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고 충격과 당혹에 빠졌다. 한 마디로 허망한 장면이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우리 측의 준비 부족, 그리고 외교적·법률적 감각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경쟁사 EDF는 계약 과정 전반에 대해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해왔었다. 법적 대응 가능성 역시 거론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예측하지 못했다. 우리 대표단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수주를 확신하며 이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는 데에만 몰두한 나머지, 실질적 위험 관리와 대응 전략이 부실했던 건 아닌지 철저히 점검해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계약이 무산된 것이 아니라 법원이 '서명을 잠정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국익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다. 따라서 정부와 한수원은 끝까지 수주 성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원 판단이 계약을 최종적으로 무산시킬 가능성은 낮지만, 허술히 대응하거나 실기한다면 그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정무적 낙관론이나 형식적 대응으로는 결코 이 고비를 넘을 수 없다. 방심하면 판이 기울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체코 사법당국의 판단에 논리적·법률적 결함이 있다면 명확히 짚으면서 즉시 반박 자료를 제출하고, 정부 차원의 고위급 외교 채널을 가동해 정치적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과거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을 극복한 경험도 있다. '이제 시작'이라는 각오로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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