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는 녹차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다. 그렇다 보니 커피를 마시고 난 뒤에 남는 찌꺼기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보통 음식물 쓰레기로 분리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버려졌던 커피 찌꺼기가 일본의 한 지자체에 의해 놀라운 변신을 하고 있어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커피 찌꺼기, 하수에 흘려주세요"라고 시민에게 호소하고 있는 일본의 유일한 지자체인 도야마(富山)현의 쿠로베(黑部)시가 그 주인공이다. 평상시 가정이나 커피숍에서 일반 쓰레기통에 드립한 커피 필터 종이채로 쉽게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이 곳에서는 '유니크한 호소문'을 통해 소중하게 모신다.
커피 찌꺼기를 버리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종이 필터에 남아있는 커피를 싱크대에서 수돗물로 씻은 후 하수도로 그냥 흘러 보내면 끝이다. 찌꺼기 입자가 작기 때문에 일반 하수에 매일 보내도 지금까지 막혔다고 하는 사례는 없다.
이렇게 흘러 보내진 커피 찌꺼기는 하수관을 통해서 쿠로베시만이 보유하고 있는 특수한 하수처리 시설에 모이게 된다. 이 곳에는 매일 생활 배수 등에 의해 나온 진흙과 같은 슬러지도 함께 모아진다. 이후 일반 슬러지와 커피 찌꺼기들이 특수장치를 통해 분쇄된 후 섞이며 발효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박테리아)이다. 이 미생물이 슬러지와 커피 찌꺼기를 먹게 되면 '바이오 가스'의 하나인 메탄 가스가 발생한다, 이 메탄가스를 모아 연료로 활용해 전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시내의 공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왜 쿠로베시가 유독 커피 찌꺼기를 모으려고 했을까 봤더니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로 설립한 쿠로베E서비스 주식회사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커피 찌꺼기가 배출하는 가스의 양은 하수 슬러지의 약 10배에 달한다. 그 이유는 커피가 원래 콩 종류여서 상당량의 기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커피 공장이나 가정용 원두분쇄기로 가루로 만들어져 하수도를 통해 자동으로 '집결'되기 때문에 발전을 위해 원료를 따로 수송차로 운반하지 않아도 돼 비용을 줄이고, 수송에 따르는 연료도 전혀 들지 않는 완전 친환경 프로그램이다.
또한 메탄가스 발전을 완수하고 남은 최종 부산물들은 농가에 필요한 비료로 재활용된다. 이를 통해 연간 1000톤의 이산화탄소(CO2)를 없애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완벽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발전목표)를 구현한다고 시는 자부하고 있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다른 지자체에서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쿠로베시만의 독특한 이유가 있다. 위에 언급했듯이 시의 하수처리 시설에는, 쓰레기를 분쇄시키는 특수한 기계를 일찍이 도입했음은 물론 도시 인프라인 하수관도 조금 굵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부엌에서 흘려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들이 이 프로젝트를 바로 벤치마킹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한다.
한편 쿠로베시 이외에도 쓰레기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해 아파트 단지에 적용하는 사례도 있어 화제다. 대형 주택 메이커인 다이와(大和)하우스 공업은 각 가정에 설치되어 있는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를 이용해 쿠로베시와 비슷한 구조로 가스를 추출해 소형의 발전기로 발전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만들어진 전기는 복도, 로비 홀, 엘리베이터 등 여러 공용 부분에 공급된다.
10층짜리 정도의 아파트의 경우 공용 부분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20% 정도를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 수 있다. 이 시스템은 2~3년 내에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에 도입이 정해져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음식쓰레기는 그동안 태우거나 매립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렇게 일상의 작은 쓰레기도 귀중한 에너지가 되는 시대가 됐다. 아껴 쓰는 절약이 더 이상 환경을 지키는 최고 덕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