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살기(殺氣)'가 대법관들을 겨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는 게 이유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퇴위시킨 탄핵권을, 이젠 이 후보의 대선 앞길을 어지럽히는 대법관들에게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도 "당무에 대해선 당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혀, 굳이 말릴 생각이 없다는 의중을 내보였다.
탄핵권은 의회 무기고 안에 든 '가장 파괴적인 무기'에 비유된다. 한손에 탄핵권을 치켜든 거대 야당은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을 차례로 무너뜨렸고, 이번엔 '법원 길들이기'를 위해 휘두르려고 한다. 헌법학자 키스 휘팅턴이 일찍이 "선출된 지도자의 힘을 약화시키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당파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던 바 그대로다.
탄핵권을 남용하면 독재의 칼날이 된다. 그런 실제 사례가 포퓰리즘에 중독된 일부 국가들에서 종종 있었다. 지난 2012년 남미 국가 파라과이에서 단 이틀간에 단행된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 탄핵'과, 1977년 에콰도르에서 '정신적 무능력'이란 근거 희박한 핑계로 진행된 '압달라 부카람 탄핵'이 대표적이다.
사법 리스크 덫에 걸린 이재명 후보를 오롯이 지켜내겠다는 민주당의 고군분투는 놀랍고도 눈물겹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탄핵·청문회·국정조사·입법 등이 총동원된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면 지켜야 할 품격과 자제력, 겸양지덕은 팽개쳐둔 것처럼 보인다.
이 후보를 위해 예비해둔 맞춤형 법안도 여럿이다. 이 후보의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사법부 견제용으로 발의해둔 법안들이다.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그 중 하나다. 지난 2일 발의된 이 개정안은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모두 재임기간 중 '올스톱'된다. 민주당은 7일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의결하려고 한다.
선거범죄 벌금형의 당선 무효 기준을 현행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누구에 필요한 법안인지 안 봐도 뻔하다.
더 고약한 건 법관들에게 족쇄를 채우게 될 법안들이다.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겠다는 것도 그렇고, 판사·검사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 왜곡죄'는 한 마디로 "우리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포용이나 다름없다. 법은 특정 정치집단,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특정인의 사적인 이해,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자의적'인 법이 돼선 안된다.
법제도는 일반성, 평등성, 명확성이라는 3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법은 요건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 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야 한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에게 보복을 가하려고 만들거나, 특정 행위만을 고려해선 안된다. 또한 법은 국민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법의 지배'다. 법은 또한 명확해야 한다. 어떠한 법규정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될지를 확실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행동의 자유가 가능해진다.
우리가 법을 지키는 것은 거대 권력의 의지, 또는 입맛에 맞춰 복종하는 게 아니다. 그래야 자유로울 수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사람이 아닌 법이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법 제정자가 그의 규정들이 적용될 개별 사건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덕은 사법이 유죄가 될 수 있는 가장 나쁜 부도덕"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입법 권력의 '탄핵 방망이', 특정 개인·집단을 심판하려는 '자의적 입법' 앞에 행정·사법권은 너무나 처참한 몰골이다. 입법·사법·행정 간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붕괴되는 대한민국, 모든 불행은 시작점은 바로 여기다. 행정·사법이 입법을 견제하지 못할 때 독재의 문이 열린다.